[박명호 경영칼럼] ‘마음백신’도 맞자
[박명호 경영칼럼] ‘마음백신’도 맞자
  • 승인 2022.08.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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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걱정 안해가꼬 걱정이 업서지마 말라꼬 걱정하겐능교(걱정을 안 해서 걱정이 사라진다면 무엇 때문에 걱정하겠습니까).” 공원길을 같이 산책하던 동료가 무심결에 내뱉은 이상한 말이다. 요즘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걱정거리가 겹겹이 쌓이는 우리네 삶은 불안과 염려로 가득 차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서 서민들의 삶은 정말 피곤하다. 정치권에서는 쉴 새 없이 비방과 부정의 지저분한 말 폭탄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지난 주 수도권에는 115년만의 장대비로 물 폭탄까지 떨어져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일들을 총체적으로 겪다보니 국민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걱정은 먹고 사는 문제다. 올해 7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를 실현하여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경제적 삶이 피폐하다. 궁여지책으로 ‘월·화·수 무지출데이’를 시도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일주일 가운데 평일 3일은 교통비 외에 단돈 1원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최대한 줄여서 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보겠다는 것이다.

걱정이 많기는 기업과 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출비용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부분에서 불필요하거나 낭비적인 요소를 찾아서 과감히 없애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무(無)에서 생각하는 사고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Now), 여기(Here)’ 차원에서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모든 사업을 백지상태에서 경제성을 검토하는 제로베이스 예산방식의 도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의 ‘아나바다’식 절약 처방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속성이나 실현가능성이 낮아서다. 진정한 회복을 이루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당면한 온갖 역경과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자신의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소통능력과 긍정적 뇌가 작동할 때 마음의 근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매순간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대처하려면 좋은 습관이 필요한데, ‘감사하기’와 ‘운동하기’가 회복을 위한 능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역경과 실패가 넘치는 삶의 거친 바다를 지나려면 누구에게나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조직은 언제나 변화에 따른 위기와 역경을 만나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은 조직의 성공에도 필수적이다. 회복의 관건은 리더 자신과 조직구성원의 마음 근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따라서 리더는 모든 구성원이 마음의 근력을 제대로 단련하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리더십에서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까닭이다.

우리의 삶은 염려와 불안의 연속이다. 환경, 인간관계, 직장, 친구, 가족, 돈, 건강, 식생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과 걱정이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를 해소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 이것들은 생각보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의 근력을 강인하게 만들어서 걱정과 불안을 훌훌 털고 일어서야 한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할 이유다.

미국심리학회(APA)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세 요소로 관계구축, 셀프케어(Self-Care), 삶의 의미를 제시한다. 관계구축은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셀프케어란 부모가 자신의 어린 아이를 돌보듯 내가 미숙한 나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이다. 끝으로 자신의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찾는 긍정의 자세가 마음의 근력을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하버드 의대의 게일 가젤 교수는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에서 마음의 근육을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대인관계, 유연성, 끈기, 자기조절, 긍정성, 자기 돌봄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기적’이 아닌 ‘건강한’ 자존감(自尊感)을 높이는 일이다.

자존감이 바로 마음의 근육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며, 남을 도울 때,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며 존재감을 유지하게 된다. 건강한 자존감은 우리를 삶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면역력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으로 마음의 상처, 불안과 걱정, 위험으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존감은 크고 작은 걱정거리에도 언제나 의연히 웃을 수 있게 하는 마음의 백신이다.

오늘도 지인들과 함께 공원길을 걷는다. 삶의 방역을 위한 ‘마음백신’이 필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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