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대립 아닌 공존 해법 찾아야
[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대립 아닌 공존 해법 찾아야
  • 승인 2022.08.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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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리 정경부 기자
10년여 만에 재점화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해집단 간 갈등이 워낙 첨예한 탓에, 규제 혁신 논리로 이 사안에 접근한 정부가 쉽사리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법이 바뀌면 결국 누군가는 득을 보고 누군가는 해를 본다. 대형마트 업계는 영업 규제의 실효성이 없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당장 규제를 없애면 골목상권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반발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규제 개선에만 몰두하다가는 대기업과 전통시장·소상공인이 골목상권을 두고 밥그릇 싸움만 지속하게 된다.

토론과 합의를 거쳐 양쪽 이해집단을 끊임없이 설득해도 모자란 문제를 두고, 정부는 뜬금없이 국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했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관건인 이 투표는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한 클릭 수 조작)이 확인돼 결국 무효 처리됐다.

정부는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당초 계획한 우수 국민 제안 3건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시작부터 어설픈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준비 없는 정책 결정 과정도 문제일뿐더러,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인기투표나 편가르기하듯 진행한 것도 문제다.

이런 식의 부실한 절차와 오락가락 행태는 양쪽 모두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 정책 추진이 기약 없이 밀리거나, 손바닥 뒤집듯 폐기될 수 있다는 신호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상호가 수용할 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표면적인 이해당사자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근로자, 납품업체까지 뒤얽힌 문제인 만큼 단시간에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이렇다 할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흑백으로 쪼개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는 쟁점 및 관련법 설명이나 공청회 등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해선 안 될 문제다. 유통 대기업 규제의 취지와 실효성을 면밀히 따져본 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의 상생 방안을 찾는 노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

대구시나 구·군에서 나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지역 전통시장과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세부적으로 조사하는 과정도 선행돼야 한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 소비자들이 실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지, 대형마트 휴무 때 전통시장 장사가 덩달아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는지, 온라인 유통 채널의 판매는 얼마나 확대됐는지, 규제 사각지대로 꼽히는 식자재마트는 그동안 얼마나 득을 봤는지, 대형마트 노동자의 휴식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는지 등등. 단순히 찬반 의견만 물을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1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만큼, 유통산업 생태계 변화를 지역별로 세밀하게 점검하고 미리 데이터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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