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하늘
오늘따라
파도는 제 실체를
최고의 속도로 밀어 올리며
강하게 해안가에 부딪힌다.
나는 파도가 하는 모습을
형상의 한 절정이라 부르고 싶다.
긴장된 선을 따라
팽팽한 끈을 내려놓으면
맥없이 스러지는
광경을 절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긴장된 순간이 끝나고
맥없이 스러지면
드디어 절정이 끝나고
바다는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종근= 2008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심상시인회, 수성문인협회, 시집 <홍시> 2011년, <모나리자의미소> 2018년.
<해설> 바다의 흔들림을 알리는 파도의 모습을 보면서 절정의 순간이라 말하는 시인은, 사물의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정의 긴장된 그 순간을 바라보면서 시인의 가슴이 얼마나 뛰었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된다. 시는 혼자 깊은 사색에 빠졌을 때 가장 절창의 시어가 쏟아지는 것 같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