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토사구팽의 역설
[수요칼럼] 토사구팽의 역설
  • 승인 2022.08.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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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중국 진시황제가 대업을 완성한 통일 진나라가 무너지면서 힘의 공백기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 패권을 다툰다. 마지막 전투인 해하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항우가 자결함으로써 유방이 최후 승리자가 된다. 이처럼 항우와 유방이 천하 패권을 다투던 10년 남짓한 세월을 다룬 역사물이 <초한지>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는다. 그 당시 절대 강자인 항우가 패하고 약자라고 생각했던 유방이 승리한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통해서 정치인이나 CEO의 일종의 지침서로서 읽혀진다. 또한 사랑했던 우희와 헤어지는 모습에서 항우의 비극적인 운명에 영감을 얻은 패왕별희와 같은 예술작품이 흥미를 제공해준다.

왜 항우가 패하고 유방이 이겼을까? 라는 의문은 사마천의 사기에서 유방이 직접 들려준다. "나는 재능에서 장량, 소하, 한신에 못 미치지만 이들 모두를 다룰 수 있었는데, 항우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소위 서한삼걸이라 불리는 소하, 장량, 한신은 초한쟁패에서 유방이 승리하고 서한을 개국하는 데 일등 공신이지만 운명은 달랐다. 소하는 항우와 5년간 벌인 전투를 포함하여 7년 동안 유방을 보좌하며 언제나 물자와 인력이 끊이지 않도록 후방을 안정시킨 공이 크다. 장자방으로 더 잘 알려진 장량은 유방의 평가처럼 "무릇 군 막사에서 군사를 운용하고, 천리 바깥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내가 자방(장량)만 못하다"고 회고했다.

한신은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한나라의 대장군이 되었으며, 일선에서 전투를 지휘하며 무수한 전공을 세워 왕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이 떠돌자 유방은 사냥과 잔치를 핑계로 제후들을 초청한다, 한신은 자신을 잡기 위한 술책으로 판단하고 고민한다. 유방이 싫어하는 종리매의 목을 가져다주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수급을 들고 찾아간다. 유방은 종리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신을 붙잡아 죽인다. 결국 한신은 토끼몰이가 끝나자 버림받은 사냥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유명한 토사구팽이라는 말의 유래이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우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여 자기의 공을 과시하지 않고, 자기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았다면 그가 세운 공은 아마도 주나라 천년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주공, 소공, 태공이 세운 공훈에 비견되어 후세들로부터 혈식을 받아 먹으며 받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도 않고, 천하의 정세가 이미 정해진 뒤에야 반역을 꾀하였으니, 일족이 멸망한 것은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고 한신을 평가절하 한다. 한신이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잘 극복했지만 천하를 움켜질 기회가 왔을 때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야심과 그릇이 능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이 연일 화제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내부 총질하는 인물로&#160;낙인찍힌 그가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동안 세 번의 선거(보궐선거ㆍ대통령선거ㆍ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그가 성접대의혹 사건에 휘말리자 당 윤리위원회는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리고,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는 고립되었다. 소위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한 이준석의 입에서는 '양두구육', '삼성가노'와 같은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거친 언사를 연일 내뱉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준석 리스크로 인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대통령은 전제군주와 달리 5년 단임이라는 시한부 권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는 절대 권력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때문에 충성을 맹세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지나면서 차기 권력으로 줄을 선다. 이처럼 권력의 속성을 잘아는 정치인들은 5년 후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잡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고민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대통령을 흔들어 자기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다. 이준석의 경우 자기정치를 선언하면서도 아젠다를 개발하여 공론화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을 고립시키는 토사구팽의 역설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직하고 용맹한 인물이 어울리겠지만 당선 후에는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이들이 윤 정부를 도와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여 인선을 하는 것이 맞다. 반면 선거에서 공을 내세워 자리를 탐하다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을 토사구팽이라는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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