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유럽통합은 깨어져야 할 꿈이고 환상인가?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유럽통합은 깨어져야 할 꿈이고 환상인가?
  • 승인 2022.08.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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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첫째, 정치적 통합의 최고 걸림돌은 지도자가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있어 장애물은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각자의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있다. 어떻게 잡은 권력인데 포기하겠는가? 홉스는 리바이어던 11장에서 모든 인간은 죽어서야 끝나는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파워의 추구는 모든 곳에 있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Power is Everywhere). 예를 들어 독일 총리가 정치적 통합을 위해 자기의 권력을 포기하고 프랑스 대통령 밑으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둘째, 유럽인들은 누구나 상충되고 모순되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데 하나는 유럽통합의 꿈이고 또 하나는 위대한 민족국가의 꿈이다. 밤새도록 열광하는 유럽 축구 팬들의 모습은 민족국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 애착, 애국심을 잘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강력한 독일의 부상과 군사 대국화를 막기 위해 미국의 주둔을 원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유럽을 원하고 있다.

셋째, 유럽 모든 국가가 하나가 되는 것을 막는 또 하나의 장애요인은 국가 이익의 차이 때문이다. 국익이란 그 나라가 추구하는 목표이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생존이 가장 중요하고 그 국가의 목표에 따라 국익의 내용은 조금씩 바뀐다. 영국이 이번에 EU에서 탈퇴한 근본 원인은 미국에 대한 영국의 국익에 기인한 것으로, 영국은 앵글로색슨인 미국이 계속해서 유럽을 지배하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가 지배한다는 것이다.

넷째, 유럽재정 위기를 들 수 있다. 재정위기란 세금을 거둬들이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로,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유럽연합의 기대와 한계를 볼 수 있다. 2009년 월가 은행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2015년 남부 유럽 국가에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언제 국가가 부도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들 나라가 거지 국가로 전락한 이유는 과도하게 복지에 투자한 결과이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 중 독일이 가장 잘 사는데 독일 주민의 90%가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게으르고 노는 국민에게 혈세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는 가능한 것(What is possible)과 바람직한 것(What is desirable)을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다섯째, 유럽이 자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는 것이 유럽연합 정치적 통합의 한계이다. 유럽에는 미국 군대 10만 명이 들어가 있고 유럽의 안보는 미국이 책임져주고 있다. 유럽은 군사력이 없다. Times는 유럽통합은 경제적으로 거인(Giant), 정치적으로 아직 피그미(Pygmy), 군사적으로 유충(Larva)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유럽통합의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미국이 유럽통합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유럽연합이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EU가 유럽 국가들을 좌지우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EU가 유럽을 지키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 대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컨트롤만 하려고 하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인 세력균형의 논리대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근대 상호의존의 논리에 의하여 살아야 할지 스스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Pax-Americana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 중 일부는 그 가능성이 50% 정도이며 또 일부 국가는 여러 제약으로 인하여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야생 거위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방향성이 없고 비현실적인 이념을 중시한다. 전쟁이 나면 기꺼이 나가서 피를 흘리겠다는 전사 문화(Warrier Culture)가 없이는 초강대국이 되기 어렵다. 중동의 이슬람은 전갈과 개구리의 우화에서 보았듯이 아무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반복하고 있어 국가들 간의 통합은 불가능할 것이고 강대국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15개 국가를 통합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며 원유와 가스를 수출해서 먹고사는 경제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러시아의 유명한 상표는 보드카, 세이블 모피 정도이다. 일본은 세계 로봇생산을 주도하고 여러 인상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창의적 기업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일본은 미국의 일본 길들이기(Japan Bashing)에 항복해 미국에 의해 철저히 길들여졌다.

유럽연합 역시 독일이 군사력을 강화해서 유럽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위에서 살펴본 세계패권국가의 다른 후보군과 마찬가지로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의 국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력인데 유충과 같은 군사력으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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