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신뢰확보 방안
[특별기고]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신뢰확보 방안
  • 승인 2022.08.18 2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강기성전력경제연구회회장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16일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에 따른 에너지난으로 올 연말 가동 종료 예정이던 원전 3기에 대한 수명연장을 보도했다. 독일의 원전 수명 연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탈(脫)원전’ 정책의 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에 원전보유국인 대한민국은 국내 전력수요의 약 30%를 원자력발전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비록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1978년 최초의 상업운전을 개시한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에 영구 정지했지만, 현재 24기의 가동원전과 함께 4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이요 디딤돌인 전력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난 40여 년간 원전 운영으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연료)의 안전관리를 위한 처분시설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지하 500m 아래에 영구 처분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지난 2015년 11월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건설허가를 받아 ‘온칼로(Onkalo)’영구처분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필자는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지난 1996년 이후 원전 화재방호분야 조사와 연구 경험을 토대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수용성과 신뢰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편리한 삶과 복지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역기능으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세 플라스틱 문제로 사실상 수거가 어려운 5mm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발된 신기술의 적용을 위해서는 신기술에 따른 위험관리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 맏기는 한편, 시민사회과 함께 신기술의 허용가능한 위험범위의 사회적합의 도출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적 위험관리 시스템은‘리스크 거버넌스(Risk Governance)’라고 불린다. 리스크 거버넌스는 민주시민 의식이 발달되고 국민의 알권리가 신장된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화된 사회시스템이다. 스위스를 중심으로 한 안전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리스크 거버넌스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리스크 거버넌스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리스크 거버넌스 선진국의 공통적 특징은 낮은 산업재해발생율과 함께 발달된 위험성평가 기술과 독립된 제3자를 통한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을 들 수 있다.

정부가 새로운 과학기술의 순기능과 함께 위험성평가 연구를 통해 기술의 역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국민에게 알리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은 정부와 국민에게 위험관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기업은 기준과 법규에서 요구하는 안전 요구사항 이외에도 위험기반 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이러한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는 대국민 신뢰를 축적하고 있다.

에너지자립과 안보강화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의 선순환 루프를 구조화 할 수 있는 국가적 과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확보를 위한 네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독립된 제3의 기관’으로 하여금 선택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방법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게 한다. 둘째, 위험성평가 결과를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과 공유하고 소통한다. 셋째, 선택된 고준위 처분장의 허용 위험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방안을 찾는다. 넷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위치 선정에 대한 위험성평가 방법을 확립하고 첫째에서 셋째까지의 과정을 통해 처분장 건설을 위한 이해관계자 합의를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위험소통을 진행하는 제3의 기관의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에 있다. 제3의 기관은 비영리단체로 행정과 예산을 정부나 기업의 영향권 밖에 있어야 한다. 특히 제3의 기관은 정부, 기업, 국민들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평가된 위험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위험소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생태계 회복선언으로 원전산업의 국가 핵심산업 위상확보의 길이 열렸다. 전력공급 안정성 강화의 필수조건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인 만큼 리스크 거버넌스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신뢰확보 방안 모색의 기회를 계기로 우리는 이제 세계 경제규모 순위 10위권의 위상에 맞는 선진국형 국가위험관리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