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상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논단] 대상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 승인 2022.08.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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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3D 영화를 볼 때 눈앞에 떠다니는 꽃잎을 잡아보려고 손을 뻗치는 경우가 있다. 그 꽃잎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구의 이미지일 뿐이라고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뻗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을 뻗어본 것은 아닐까? 주변 사물들에 대한 인간의 존재인식은 감각 정보의 해석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오늘은 우리가 주변 사물들에 대한 존재인식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감각(시각 청각 등)을 통해서 발생된다. 빛이 있거나, 소리가 들리거나, 냄새가 나거나 감각을 통해서 내 앞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우리는 3차원의 공간세상에서 삶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물에 대한 존재감은 3차원 감각정보를 통해서 더 명확히 경험된다. 단순히 무언가가 있거나 없거나의 차원이 아니라 3차원 공간 속에서 어느 곳에 있다는 방식으로 존재감이 부각된다.

자신이 흥미를 갖는 사물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인간들은 3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미술기법이나 사진기술을 발전시켰다. 2D평면에 3D구조(3D structure)를 표현하는 기법들을 사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평평한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3차원 공간을 인식하게 했다. 따라서 이런 그림이나 사진들을 보면 사물이 어떤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예를 들어, 내 책상 위에 있는 사진액자에는 아내와 두 딸이 꽃밭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아내와 두 딸이 꽃밭의 일부를 가리는 것으로 보아 꽃밭 앞에서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꽃밭 뒤에 나무들이 작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나무들이 멀리 떨어져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사물A가 사물B를 가리고 있다든지, 흐리게 보인다든지 등과 같은 빛의 투과 원리를 사용해서 3차원의 입체구조를 판단하게 하는 것을 ‘상대적깊이단서(relative depth cues 혹은 monocular depth cues)’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진을 보며 상대적깊이단서들을 이용해 사물들의 상대적 존재인식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적이라는 말은 사물A가 사물B와의 공간 관계 속에서 인식된다는 것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인식되는 존재감은 실재 존재감과는 다른 것이며 사진 속의 공간 속에서만 인식되는 존재감인 것이다. 사진 속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은 내가 있는 공간과 연결되지 않아 실제적 존재감을 경험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VR 미디어 기기들은 절대적 입체감을 이용하여 사물의 존재감을 인식하도록 한다. ‘절대적입체감(absolute depth 혹은 stereopsis)’이란 주로 두 눈에 맺히는 이미지의 편차를 활용해서 관찰자가 관찰하는 사물과의 거리(egocentric distance)를 추정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입체감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고 있는 사물이 자신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물이 자신과 같은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즉 진짜 존재한다는) 느낌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3D영화 속 꽃잎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을 무시하는 ‘진짜로 존재한다’는 감각적 존재감에 휘둘려 그만 손을 뻗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사물의 존재감은 3차원 구조 속에서 인식된다. 하지만 존재를 인식하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3차원 좌표와 더불어 인식주체인 나로부터 사물이 어느 정도나 떨어져 있는가에 대한 정보가 사물의 절대적이고 실제적인 존재감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의 존재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물리적 감각적 존재감 인식을 떠나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존재감 이유들이 무척 중요할 것이다. 신문에서 자주 보는 유명한 사람이거나, 거리에서 이상한 옷을 입고 가는 사람이거나, 사무실 저편에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 동료이거나 모두 나에게 어떤 존재감을 갖는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절대적 존재감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흥미로운 추론도 가능해진다. 절대적 존재감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인으로 관찰자 중심의 거리 추정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 대한 존재감이란 관찰자인 나와의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연결이 무척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나와 심리적 연결감이 느껴지는 사람일수록 그 존재감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절대적 존재감을 갖고 싶다면 그 사람과의 심리적 연결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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