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재난을 돈벌이 기회로 이용해도 되는가?
[수요칼럼] 재난을 돈벌이 기회로 이용해도 되는가?
  • 승인 2022.08.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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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얼마 전 역대급 폭우로 인해 서울 강남 일대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많은 차량들이 침수되고 일부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귀가를 포기하고 불가피하게 인근 지역 숙박업소를 찾게 되었는데 이 때 숙박 업주들이 최소 2배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객실을 판매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다.

물론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지역에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연 재난을 돈벌이 기회로 이용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당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의견의 갈등이 존재한다. 가격을 높여서 받는 것을 옹호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원리라면,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가격 상승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는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숙박업소 가격이 다름을 충분히 알고 있고,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높은 가격을 주고 성수기에 객실을 구매하기도 한다. 만일 동일한 객실은 동일한 요금만 받아야 한다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차이도 공정한 거래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에 숙박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주체와 재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남의 고통과 불행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가에 대한 시민의식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두 가지 관점 모두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고통을 기회로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생활이 궁핍해져 고통을 받고 있는 세입자를 집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어야 하는가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판단에는 자신의 처지와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가령 당신이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상황에 가격을 높여서 거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가치관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삶과 인생을 대할 때 경제적으로 얼마나 잘 살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면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는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잘 사는 인생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삶인가를 고민해본다면, 상대방이 고통이나 어려움에 처해졌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인간다운 일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결국 우리 사회에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본의 양극화는 자본주의에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가지는 장점 이면에는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폐해는 법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갈등보다는 화합하기 위해서는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은 현실이다. 그리고 돈이 곧 능력이고, 그것이 자본주의가 가지는 법칙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내가 도박을 싫어하는 이유가 누군가의 불행을 이용해서 누군가 행복해진다는 게임 방식이 싫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돈을 따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더욱더 돈을 갈망하고 집착해 가는 듯하다. 이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결코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남들의 고통을 도와주지 못할 만정 이를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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