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兒慾爲成麟角 (남아녹위성인각) :기린의 뿔처럼 두각을 나타내고 싶었지만
浮名虛送三五年 (부명허송35년) :헛된 이름만 갖고 35년 허송세월만 했네
士別三日當刮目 (사별삼일당괄목) :선비는 사흘 떨어져 있으면 눈 비비고 쳐다볼 만큼 달라져야 한다고 했으니
願君琢磨而勤學 (원군탁마이근학) :여러분은 열심히 갈고 닦아 학문에 힘쓰길 바라네
壬寅年 初春 (임인년 이른 봄) 沙村(사촌)
◇이선복= 沙村,1957. 4.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161번지(속칭 모랫말; 고지명 沙村里)에서 생장. 경기고졸(75), 서울대 고고학과졸(79),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박사학위 취득(89), 서울대 고고미술학과 교수역임(87~22).
<해설> 이 시는 시인이 정년퇴직을 맞아 발간한 영문판 한국 고고학 개설서 <Archaeology of Korea-An Outline with Emphasis on Prehistory>를 제자, 후배들에게 나누어주며, 공부에 힘쓰기를 당부하는 뜻에서 쓴 작품이다. 베토벤의 제7교향곡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비현실성이다. 사르트르는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고, 미는 상상적인 것에만 적용되는 가치’라고 했다. 인간의 삶, 즉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결국 비현실, 상상, 부재, 비존재이고 모두 무로 귀결된다. 인생교향곡은 홀 안에 있지 않고, 어떤 특정의 시간 혹은 장소에 있지 않다. 인생은 자기 고유의 시간을 가지고 완전히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영원히 다른 곳, 영원한 부재다. 한 마디로 우리 인생은 실재가 아니다. 인간은 충동과 욕망을 사랑한다. 그것은 끊임없는 의미덩어리에 포획되지 않은 인간의 마지막 영토고, 의무에 봉사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무목적적인 의미의 텅 빈 공백에 모든 것이 떠나갔지만, 별은 늘 거기에 있었고 그곳에 우리가 있다. 우연히 열쇠구멍 밖으로 내다본 진실은 無나 공백에 관한 것들이고 외로움은 부록이다. 예술작품은 그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했다. “끝에 무언가 있는 줄 알고 평생을 추구했지만 그러나 당도해 보니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우리 인생의 은유는 느껴 볼만한 매혹이다. 인생은 부재의 은유법이 이어지는 것, 그것을 모르고 사니 행운의 연속이다.
-성군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