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어리석은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박명호 경영칼럼] 어리석은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 승인 2022.08.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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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최근에 들은 놀랍고도 기이한 이야기들.

#1. “할아버지, 그건 왜 물어요. 개인정보잖아요.” 아파트 승강기에서 위층에 사는 초등생에게 나이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 아이의 눈에는 의심의 눈빛이 가득했다.

#2. “아빠, 아무리 코나 눈망울이 예쁘더라도 예쁘다고 말하면 안돼요.”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들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고 딸이 강하게 충고한다. 자칫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단다.

#3. “선생님, 우리 딸이에요.” 산책을 나온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니, 자기 강아지를 보고 내게 인사하라며 자기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리 귀여워도 개가 딸이라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거나 포용하는 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늘 의심과 편견이 앞선다.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지는 현상에 대해 소신을 밝히면 꼰대스럽다는 비난도 날라 온다. 개인의 견해는 물론이고 단체의 방침이나 정부의 정책에도 사람들의 의견 격차가 극심하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최근 대두된 유치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에 관한 논쟁이다. 유치원 아동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주장과 교권 침해를 염려하며 이를 반대하는 교사들 간의 논쟁이 뜨겁다. 이들 사이에 가로 놓인 의심과 불신의 골이 매우 깊게 느껴진다.

핀란드 대사를 역임한 정동희 대사가 쓴 글이 생각났다. 교육제도를 시찰하러 핀란드에 간 우리 국회의원들이 유아원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여기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지 유아원장은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그는 단 한 번도 CCTV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핀란드인이 타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루오테타부스(Luotettavuus), 즉 믿음이다. 고신뢰국가인 핀란드에서 감시 장치 따위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불신의 주범은 가짜뉴스(fake news)다. SNS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에서 생산된 정체불명의 가짜소식들이 우리 모두를 의심병자와 바보로 만든다. 한 사람이 저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말하면 믿지 않지만, 두 사람, 세 사람이 똑 같이 말하면 믿는다. ‘맹자’의 삼인시호(三人市虎)의 고사(故事)다. 나치 독일의 선전 장관 괴벨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의 어록에는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반박에는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 있다.”라는 말도 있다. 선동에는 진실을 밝히려는 어떤 해명과 노력도 무력하다.

불신과 선동은 건전한 사회 발전에 독소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현상을 ‘바르게’ 봐야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싱크 어게인’에서 ‘다시 생각(Think Again)’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그 이유를 밝히려고 노력해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열심히 찾는다. 그 결과 자신이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만 바라보고(확증편향),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면서(소망편향), 의심과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기업에서도 CEO의 열린 마음과 다시 생각하기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휴대전화 블랙베리를 발명하여 회사를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러나 과도한 자기 확신에 갇혀서 성장의 기회를 놓쳤고,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결국 실패했다. 스티브 잡스도 자사의 히트 제품인 아이팟을 아이폰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애플의 직원들은 잡스에게 자신이 확신하는 것들을 제발 의심해보라고 설득했다. 마침내 잡스가 그의 마음을 되돌림으로써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 되었다.

국가지도자도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국가를 경영한다면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 단연코 ‘노(No)’라고 말했다. 국가의 목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의 정책방향은 언제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정책에는 수혜자가 있는 반면 손해를 입는 계층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조정하려면 능력과 지식, 경험뿐만 아니라 설득, 소통, 통합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딘 키스 사이먼턴이 지적한대로 국가지도자의 위대성은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지적 호기심과 열린 마음에서 결정된다.

“자기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희곡 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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