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늘리기의 허상
[의료칼럼]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늘리기의 허상
  • 승인 2022.08.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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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경대연합외과 원장
과연 우리나라에 의사는 부족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의사 수의 증가 속도가 OECD 평균 0.5%의 6배나 되는 3.1% 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선 공공의대는 필요한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여 필수적인 과목을 전공하고 근무하도록 하여 의료 체계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의대는 아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의과대학이라는 곳은 학교 건물만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수련을 할 수 있는 의과대학 병원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환자들이 있어야 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이 앞을 다투어 지역의 의과대학 유치에 엄청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서남대 폐교나 군 위탁 의학교육 등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얼마나 허황된 꿈인가 알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공공의대를 만들어 필요한 의사를 배치하려면 향후 최소 15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또한 거기에 들어가는 재정은 어디에서 가져올 것이며 환자가 없는 병원의 경영은 어떻게 하고 학생은 어찌 가르칠 것인가?

둘째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의 침해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에게 과연 얼마의 기간과 얼마만큼의 고된 근무를 강제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 사회의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많다. 왜냐면 일반의사와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간의 계층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기존의 필수의료를 해오던 의사와의 역차별 환경은 또 어찌 해결할 것인가?

셋째 공공의대 정원으로 지금의 필수의료를 담당해 줄 의사들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하다. 2022년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을 봤을 때 충원율이 20%를 조금 넘는다. 전국의 소아과 전공의 정원 약 200명 중 40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봤을 때 160명의 소아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나면 약 640명의 소아과 전문의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소아과 외에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는 또 어떡할 것인가? 공공의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공공의대 보다는 기존의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 좀 더 현실적이긴 하다. 하지만 의사의 정원을 늘리기만 해서 과연 우리사회가 필요한 의료 체계를 갖출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바다에 표류하였을 때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 없다. 사방에 물 천지라도 마실 수 없는 물이다. 의사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생각해서 의사의 수가 무조건 많으면 가능하리라고 보는 생각은 바닷물이라도 마시겠다는 생각과 같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사는 필수의료를 행함에 있어 직업전문인으로서 전문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자긍심 넘치는 의사다. 그런 의사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도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뇌동맥류 수술비는 240만원, 일본의 경우는 1100만원이다.

신경외과 수술 중 단 한 가지만 비교해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달리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필수 의료를 하는 이들의 사명감에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까? 지금 이러한 의사들의 정년퇴임이 멀지 않았음을 안다면 공공의대나 의대정원 확대 같은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을 시기가 아니다.

필수의료의 붕괴는 지금도 엄청나게 진행되어 있으며 지금 당장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다시 세우는 데는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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