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권력 투쟁의 배후에는 인사가 있다
[수요칼럼] 권력 투쟁의 배후에는 인사가 있다
  • 승인 2022.08.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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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리더십의 구성요소로 덕, 식견, 카리스마(charisma), 위임이 있다. 덕과 식견 그리고 카리스마는 리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며 그 중 식견은 끊임없이 개발될 소지가 있다. 고 오원철 전 대통령 경제 제2수석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국가 건설은 행정가의 소관 업무이다. 따라서 산업국가 건설은 테크노크라트의 활동무대가 되는 것이다. 국가 원수라고 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 자신도 여러 과정을 통해서 테크노크라트적인 OJT(On Job Training)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박대통령의 식견이 실물경제를 중시하고 기술자의 의견을 존중함으로써 고도성장기간에 큰 성과를 거뒀다.

위임은 유능한 인재 선발로부터 시작된다. 훌륭한 리더는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이며,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다. 징기스칸은 부족공동체에 불과한 몽골을 계급, 종족, 종교를 차별하지 않고 인재를 선발한 결과 대제국(Pax Mongolica)을 건설할 수 있었다. 태종 이방원은 반대세력을 품어 등용하고, 무엇보다 인사에서만큼은 사사로운 감정을 철저히 배격함으로써 건국 초 불안한 조선을 안정화시켰다. 산업화 시대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은 우수한 인재를 신중히 발탁한 후 신임하고 일을 맡기면 장기 복무시켰으며, 책임을 완수한 인사는 승진을 통해 계속 활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지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만 보이고 참모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속에 인사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부응한 대통령실은 참모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인적 쇄신의 핵심은 업무능력과 책임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이후 선임행정관 이하 전 직원에게 업무기술서 작성을 지시했고 각 수석들은 이에 대한 다면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고강도 감찰을 통해 업무와 관련이 적거나 능력 미달자, 그리고 비위자 등을 솎아내고 있다.

다음은 책임론이다. 대통령실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둘러싼 여권의 내홍 과정에서 여의도와의 채널 역할을 맡은 정무 라인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정무수석실 소속 비서관 2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됐으며, 그 책임을 느낀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29일 오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내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 1명도 면직 처리됐으며, 내부 감찰 등을 통한 추가 인적 개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행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권력 구조의 취약점과 행정의 정치 예속화가 아닐까 한다.
먼저, 권력의 구조적 취약점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인 반면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지만 유한하며, 국회의원의 권력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윤 대통령실 초기 인사는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들의 추천에 의해 채워졌다는 얘기가 많다. 결국 이들은 대통령실에 근무하면서도 대통령 보다는 추천자들에게 줄을 서서 정보를 유출하고, 내부 권력투쟁에 휘말리게 된다.

둘째는 중립적이어야 할 행정의 정치화이다. 이미 정치판이 행정을 삼켰다고 보고 있다. 정치 주도의 시스템 혼돈이 행정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우둔한 무리들은 더 결집하고, 의식있는 지식층은 무관심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은 중립적이어야 할 행정이 정치에 예속화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법원에서 조차 정치적인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크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시스템 재정비와 공직자의 탈정치화를 기본으로 한 의식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힘의 근원은 인사권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추천을 받을 수 있고, 선거 공신을 배제할 수는 없어 정치권에서도 선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치인의 목적이 다르다데 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배려를 대통령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의 괴리 때문에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이 대통령실에서 똬리를 틀게 되면 대통령실은 권력투쟁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잘못된 인사는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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