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어쩌다 두루마리휴지를
[좋은 시를 찾아서] 어쩌다 두루마리휴지를
  • 승인 2022.08.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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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리

어쩌다 두루마리휴지를 떨어뜨렸다

휴지는 마구 굴러 간다

당기면 당길수록 더 멀리 달아난다

흰 눈 내린 오솔길 끝없이 펼치며 달아난다

그 길 위에 살랑 바람이 불고

바쁜 약속시간이 잡아먹힌다

서 있는 자리에선 수습이 불가한 희디흰 방류

쫓아가서 내몸 구부려 몸통을 잡기 전까지는

절로 멈추지 않는 두루마리를 붙잡으며

하찮은 휴지 따위에게 통제받는 나를 본다

하찮다고 생각한 것의 어떤 못 말릴 고집을 본다

내가 가진 어떤 것이 너무 잘 풀릴 때

오히려 옭아 감길 수 있다는 느낌을 본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을 처음에는 언제 다 사용할까 싶지만 중간 정도 쓰다 보면 언제 이렇게 많이 사용했나 싶게 빨리 닳기 시작한다. 인생은 두루마리 휴지와 같아서 가면 갈수록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두루마리 휴지가 바로 시간이며 시간이 바로 인생이다.

-허행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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