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이 오다] 동네에서 취미 공유하자…‘하이퍼로컬 커뮤니티’ 각광
[다른 삶이 오다] 동네에서 취미 공유하자…‘하이퍼로컬 커뮤니티’ 각광
  • 박용규
  • 승인 2022.09.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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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대세가 된 소모임
퇴근·하교 후 인근 지역 모임
맥주·와인·독서·영화 등 다양
2030세대 취향 공동체 증가
휴가 트렌드 밀집 공간→야외
호캉스·홈캉스·캠프닉 떠올라
거리 가까운 여행지 선호 증가
여행·관광업 비대면 상품 육성
대구시, 문체부와 콘텐츠 개발
동구, AR 게임 개발 추진 중
코로나 이후 취미와 휴가 등 영역에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상 속 온라인 관계성의 확대만큼이나 오프라인 연대의 가치가 커졌다. 취미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번주말’ 박수용 대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커뮤니티 시장은 온라인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동시에 오프라인만의 강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여행에서는 많이 모여 멀리 떠나기 보다 적은 인원으로 가까운 곳에서의 휴식을 선호하는가 하면, 비대면 추세에 발맞춰 디지털 관광도 각광받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취미와 휴가 등 영역에서 변화가 가속화됐다. 비대면 강세로 소규모 휴식과 온라인 관광 등이 부상하는 만큼 오프라인 가치에 따른 모임도 늘어나는 모양새이다. 따로, 또 같이 쉼을 갖고 기쁨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다.


◇취향 공동체 수요 증가

마음을 휘어잡는 취미 하나쯤 갖고 있다면 즐겁기 그지 없다. 스스로 무엇에 집중할 수 있는지, 언제 행복한지 고민하고 행하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업무나 학업에 밀리고, 사람에 치이는 일상 속에서 취향을 탐색하는 일은 건강한 삶을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 이 탐색을 시작할 때 ‘적절한 거리’를 두고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관계의 단절이 흔하디 흔한 요즘, 가까운 동네 사람들끼리 같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취미를 공유하는 ‘하이퍼 로컬 커뮤니티’가 뜨고 있다. 퇴근을 하고, 학교를 마치고 인근 지역에 모여 서로 관심사를 나눈다. 맥주나 와인 같은 기호식품도 좋고 책과 영화 등 콘텐츠, 더 세밀하게는 특정 작가를 좋아하는 것까지. 취향의 폭이나 종류는 상관 없다.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같은 대상이 있는 이들이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일상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삶의 양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세상이 빠르게 오면서 우리의 일상도 ‘다른 삶’이 지배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이 새로운 관계망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일상과 휴가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삶’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로 취향 공동체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었다. 학교나 회사에 의해 비자발적 요소로 생긴 관계 대신,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은 관심사를 공유하고자 하는 자발적 요소로 생기게 되는 관심사 기반의 로컬 커뮤니티는 전자보다 더 편하고 가볍다. 또 가벼운 만큼 서서히 편안한 소속감을 형성해간다.

이같은 취향 공동체 증가세는 특히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20·30대를 중심으로 각자의 취향, 관심사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분석한 적 있다.

일례로 유료 독서 모임인 ‘트레바리’는 2015년 9월 이용자 80명으로 시작한 후 청년층 인기에 힘입어 4년 만에 총이용자 수가 약 6천명으로 늘었다. 이밖에도 일정 금액을 내고 타인의 집에 모여 집주인과 취향을 공유하는 ‘남의집 프로젝트’, 동네 사람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버핏서울’ 등 다양한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생성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청년층 중심의 모임만이 아니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근래 취향을 나누기 위해 형성된 관계는 대개 ‘플랫폼’을 통해 이어진다. 대구를 중심으로 구미, 부산 등 커뮤니티 기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이번주말’ 박수용 대표는 해당 관계성에 대해 ‘느슨한 연대’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커뮤니티 시장은 온라인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동시에 오프라인만의 강점에 주목했다. 트래킹이나 연극, 드로잉 등 현장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공감, 소속감 등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속되고 싶을 때만 소속될 수 있는 가벼움이 필요한데,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고 싶진 않은 심리가 있다. 이는 일종에 느슨한 연대로 발현돼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에 딱 들어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 이번주말을 통해 만들어진 로컬 커뮤니티는 700여 개에 이른다. 2016년에 처음 개설해 현재까지 80팀·1천여 명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연극·뮤지컬워크숍’, 3개월 시즌제로 활동하며 30개 클럽이 존재하는 독서클럽인 ‘소셜클럽 나를 위함’, 일일카페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크릿 커피클럽’ 등이다.

이들은 콘텐츠를 경험하고 낯선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경험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보다 즐기고 나누기 위한 모임이지만, ‘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대구에서 좋아하는 일로 창업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을 위한 ‘로컬크리에이터 스쿨’은 청년창업의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주)이번주말은 대구시·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으로 진행되는 스스로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인 ‘로컬크리에이터 스쿨’을 제안해 대구에 자리한 하이퍼로컬(Hyper-local) 기반의 골목상권과 청년들을 연계하고 있다.

박수용 대표는 “지역 내 특성에 따라, 흥미를 갖고 뛰어들 수 있는 일의 종류에 따라 업을 만들어가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지역에 자리잡을 수 있는 청년 창업가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휴가 트렌드 변화…비대면 콘텐츠 육성 준비도

코로나19 사태 후 휴가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감염 위험 염려로 관광객이 밀집한 공간보다는 야외 탁 트인 공간으로 향하고, 비교적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모임 규모는 축소되는 양상이다. 가족 또는 친구끼리 2∼4인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호캉스, 홈캉스, 캠프닉(캠핑+피크닉) 등이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가상현실(VR, AR) 또는 메타버스, 라이브 커머스 등을 활용한 디지털 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민 김모(60)씨는 올 여름휴가 기간 가족과 함께 강원도 삼척으로 ‘촌캉스’를 갔다 왔다. 김 씨는 “삼척에 지인이 있어 함께 계곡 가서 더위를 달래고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임 경향은 소규모로 집중됐다.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지역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국내 여행객 2천여 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대구관광실태조사’ 결과, 단체 여행의 비중은 2019년 8.9%에서 2021년 0.4%로 8.5%p 줄었다.

특히 이전부터 여행 수요가 몰리던 관광객 밀집 지역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야외공간 위주로 인기를 끄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4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이월드, 스파밸리 방문객은 2019년에서 2021년 15.5∼47.7%가량 줄었다. 반면 비슬산자연휴양림, 고산골 공룡공원, 대구수목원은 10.3∼29.8%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해외로 향하는 통로가 99%가량 단절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외여행 수요는 국내로 옮겨졌다. 캠프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캠핑장 이용객 수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매출 타격을 입어 온 여행·관광업계는 비대면 콘텐츠 개발 및 활용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비대면 콘텐츠 육성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대구시는 현재 ‘메타버스 대구여행 콘서트’ 콘텐츠 개발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 서비스를 통해 대구지역 주요 관광지 테마공간과 공연장, 미술관 등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시는 AR과 VR을 활용한 관광 진흥 사업도 추진한 바 있다. 달성군 사육신기념관, 북구 구암서원 등지에 역사 스토리 VR 체험, 인터렉티브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미디어 파사드 등 인프라를 조성했다.

대구 동구청은 팔공산지역 관광 육성을 목적으로 ‘포켓몬고’ 부류의 AR 게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팔공산의 유래와 태조 왕건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주 콘텐츠인데, 이번 달(9월) 중 1차 오픈해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보훈청도 올 광복절(8·15)에 메타버스로 대구·경북지역의 대표 독립운동 시설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제페토’ 앱의 ‘대구보훈청-순국선열의 길 따라가기’ 콘텐츠를 이용하면 가상공간에서 조양회관, 국립신암선열공원, 3·8만세운동길,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임청각 등을 365도로 관람할 수 있다.

한지연·박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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