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도가 바뀐다] (1)대구 상권 1번지 '동성로', “그곳에만 있다” 말 나오도록…개성있는 거리 거듭나야
[대구 지도가 바뀐다] (1)대구 상권 1번지 '동성로', “그곳에만 있다” 말 나오도록…개성있는 거리 거듭나야
  • 강나리
  • 승인 2022.09.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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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40여년 최대 상권
행정기관·오피스시설 자리매김
경산·구미·칠곡 수요까지 흡수
온라인 플랫폼에 손님 뺏기고
코로나 대유행은 침체 앞당겨
작년 상권 공실률 22%대 급증
젊은층 유입시킬 축제 활성화
대구지역 핵심 번화가인 동성로 상권이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산업 변화, 온라인 채널로의 쇼핑 수요 이동 등으로 갈수록 침체하며 과거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동성로 상권 침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사진은 동성로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옛 한일극장 주변의 10여년 전 모습(왼쪽). 지난 1일 찾은 대구 동성로 곳곳에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강나리기자
 

대구의 간판 상권이자 도심 관문인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 이상 ‘대구 1등 상권’이라는 타이틀을 지켜왔다. 뛰어난 접근성과 탄탄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지역 유일의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명맥을 이어왔다. 40여년 전만 해도 대구의 중심 상권이자 전국구 상권으로 주목받았지만 지역 경기 침체와 산업 변화, 온라인 채널로의 쇼핑 수요 이동,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중심 상권으로서의 기능이 퇴조했다.

대구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대구지역 주요 상권의 과거·현재 모습을 3번의 시리즈에 걸쳐 조명한 뒤, 유통·주거·산업 지형의 변천사를 짚어본다. 도시 곳곳의 주목할 만한 변화상을 중심으로 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낸다.

1 근현대사 자체, 지역의 ‘명동’

10여년 전 대구 중구 동성로는 하루 평균 최대 50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대구 최대 상권으로 군림했다. 전국 5대 광역시를 통틀어서도 동성로 만한 도심 중심 상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약 10년 전엔 대구시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동성로 일원에 모여들었던 셈이다.

동성로 상권은 북쪽의 대구역에서 남쪽으로 반월당네거리를 잇는 약 1㎞ 거리의 동성로 대로변과 대구시민의 ‘만남의 장소’로 통하던 대구백화점 일대 상권을 가리킨다. 동성로 상권의 핵심인 대백 주변은 서울 명동을 방불케 할 만큼 인파가 넘쳐났었다.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년 이상 대구지역 유일의 패션·판매 상권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이후 영화관과 주점, 노래방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명실상부 대구 최고의 노른자 상권으로 성장해왔다. 쇼핑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모두 가능한 명실상부 대구 최대의 번화가였다.

대구시청, 삼성금융프라자 빌딩, 경북대병원 등 주요 행정기관과 대형 오피스 시설이 동성로 인근에 자리를 잡고, 2005년 대구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동성로 남쪽에 반월당역이 생기면서, 기존 1호선 중앙로역과 함께 이 일대가 역세권을 업은 거대 상권으로 형성됐다. 동성로 주변에는 대구역, 중앙로역, 반월당역, 경대병원역 등 대구도시철도역이 4개나 있다. 대구지역민뿐 아니라 경북 경산, 칠곡, 구미지역의 소비 수요까지 빨아들이는 대표 상권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과거 대백에서 이동통신 거리를 잇는 메인 도로변에는 유명 브랜드 패션 가게가 밀집해 있었다. 메인 도로 이면 골목의 경우 보세 의류나 액세서리 매장으로 특화됐다. 특히 삼덕성당 뒷편 ‘로데오거리’와 ‘야시골목’은 10대·20대로 늘 북적대는 ‘젊음의 거리’로 통했다.

대구의 중심축은 여러 개로 분화하는 대신 40년 가까이 동성로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다양한 도심과 부도심들이 공존하고 있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대구는 유난히 상업지구가 도심인 동성로에 집중돼 있었다. 1980년대 전후로 북성로·향촌동에서 동성로로 중심축이 바뀐 뒤 그대로 명맥을 유지해온 셈이다.

2 번화가의 쇠퇴일로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상권은 쇠퇴일로다. 백화점과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 이제는 꼭 쇼핑을 위해 동성로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2010~2017년 사이 동성로 동편 상권을 중심으로 점차 불황이 가속화 했다. ‘야시골목’ 및 ‘로데오거리’와 로드숍이 많은 동편지역에 빈 가게나 임대를 내놓은 점포가 속출하면서다.

지난달 30일 찾은 동성로 곳곳에는 규모가 작은 상가뿐 아니라 해외 의류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던 대형 점포들에도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했다. 도심인 동성로의 가게 권리금이 인접한 중구 교동 등 부도심의 권리금보다 값이 싼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대구를 덮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동성로 상권 침체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동성로 상권의 최대 강점이었던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폐업하는 점포가 늘었고, 코로나19 직후 공실률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 2분기 동성로 중심 상가는 19.9%의 공실률을 보였다.

코로나19 발생 전 동성로 상권의 공실률은 1~2% 정도였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도별 4분기 동성로 상권 공실률은 2015년 2%, 2016년 1%, 2017년 3.8%, 2018년 2.3%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3분기에는 22%대까지 급등했다. 동성로의 빈 상가가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본점도 52년간의 영업 끝에 지난해 7월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 롯데 영플라자도 지난 2019년 영업을 끝냈고, 동성로 인근의 관광호텔 노보텔 앰베서더 역시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공실인 상업시설을 줄이고 주거시설을 확대해 고정인구와 유동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에는 국채보상로 일대 공평네거리~중앙네거리~서성네거리 일원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공급이 활발하다. 동성로는 과거 소비 수요를 기반으로 한 상업 중심 지역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상업 기능에다 주거와 업무 기능 등이 더해진 복합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3 재기 방안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기존의 동성로 상점들이 개성 있는 콘셉트의 매장으로 탈바꿈해야 상권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감각과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동성로 일원의 의류·음식점·카페 등 상점가 전반이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판매 전략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이제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단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첫 번째고, 동성로에서만 살 수 있는 보세 의류나 동성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음식점·카페 등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실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도 동성로의 보세 의류 가게, 액세서리 가게나 소위 ‘갬성’이 있는 식당·카페는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동성로가 젊은 층의 취향을 타깃으로 한 특색 있는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콘텐츠 중심’의 장소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옛 중앙파출소 앞, 대구백화점 본점 앞 광장 등 공간을 적극 활용해 유동인구를 늘릴 만한 다양한 축제·공연 등을 활성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동성로 중심부인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가 새로운 랜드마크로 개발돼야 동성로 상권 부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향토백화점인 대백이 대기업 유통사에 밀려 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동성로 상권도 함께 침체하고 썰렁해진 느낌”이라며 “대백 본점이 폐점한 지 1년이 좀 지났는데, 확실히 유동인구도 더 줄었고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을 신속하게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동성로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도로·주차장 확충과 간판·조형물 등 시설물 개선이 이뤄질 수 있고, 상권 자체가 다시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광특구 지정은 빠르면 2024년, 늦으면 2025년쯤 보고 상인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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