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동반자 (2)
[달구벌 아침] 동반자 (2)
  • 승인 2022.09.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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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 소장

지난번 칼럼, '동반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우리 모두는 지구별로 여행 온 '지구별 여행자'다. 이 길고 긴 여행에서 함께 동행하면 좋을 동반자를 필자는 가장 먼저 '유머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머는 단순히 남을 웃기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다르게 접근해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고, 문제가 될 것도 유연하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유머 있는 사람이 동반자로 함께 걸으면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필자는 함께 동행하면 좋은 동반자로 '용기 있는 사람'을 이야기했다. 겁나고 두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기꺼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곁에서 구경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실제 삶을 살아가는 여행자가 바로 용기 있는 사람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미지의 두려움 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이다. 그 모습은 마치 남극의 얼음 위에서 푸른 바닷속,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물범이 있고, 상어가 있는 곳으로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과도 같다. 용기 있는 사람과 동반자로 함께 걸으면 삶이 풍성해지고 재미있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세 번째 함께 여행하면 좋은 동반자에 대해서 말해 보자. 세 번째로 동반자로 함께 걷기 좋은 사람은 바로 '배려하는 사람'이다. 배려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먼저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는 금세 알아차린다. 그 결과 그와 함께 하는 여행은 편안하고 즐겁다. 배려(配慮)라는 한자어는 짝 배(配)와 생각할 려(慮)가 합쳐진 말이다. 즉, 짝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풀이할 수 있겠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따뜻한 밥을 차려주던 우리네 어머님들의 모습에 배려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리고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남녀의 모습에도 배려가 있다. 멋지게 보이려 신고 온 뾰족구두, 몸에 달라붙는 치마를 입은 여자는 발걸음의 보폭이 좁아 남자의 걸음에 맞추려 하니 총총걸음이 된다. 그런 여자를 위해 남자는 늘 해오던 양반걸음을 포기하고 보폭의 반을 줄여 여인의 걸음에 맞춰준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은 늘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짝을 생각하는 마음, 배려(配慮)다. 배려하는 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져, 다투려 하지 않는다. 길고 짧음을 굳이 재려 하지 않는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좀 어떠냐고 이야기한다. 긴 여행길이 서로 재미있고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그는 말한다. 맞다. 우리 인생 재미있게 살기도 바쁜데, 미워하고 싸울 시간이 어디 있는가? 너무나 아까운 시간, 그러한 것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네 번째, 함께 여행하면 좋은 동반자는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 어울린다는 것은 어디서든 스며들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의 색깔보다는 전체의 색깔이 중요한 사람이다. 마치 합창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체의 합창곡에 맞추는 것과 같다. 목소리가 크다고 혼자서 그 소리를 다 내어도 안 되고, 목소리가 작다고 그냥 작은 목소리만 계속 내어서도 안 되는 것이 합창이다. 합창은 큰 소리는 전체에 맞춰 작게 내고, 작은 목소리는 전체에 맞춰 크게 내어주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한 사람이 내는 소리 같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즉, 멋진 하모니가 완성되는 것이다.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읽어낸다. 신나게 흥을 내어야 할 때와, 조용히 분위기 잡아야 할 때를 안다. 전혀 이질감 없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그들은 쉬이 어울린다.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동동주가 어울리고, 매운 떡볶이에 달콤한 쿨피스가 어울리듯, 그들은 사람과 어울리고, 상황과 어울린다. 이런 사람은 절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는 것은 전체를 위한 어울림은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목소리가 있고, 각자의 색이 있다. 그것을 다 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어울리는 사람과 동행하면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또한 함께여서 든든하다.

마지막으로 인생이란 여행길 함께 동행하면 좋은 동반자는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하면 삶이 행복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의 행복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도 전염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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