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태풍 ‘힌남노’가 주고 간 교훈
[목요칼럼] 태풍 ‘힌남노’가 주고 간 교훈
  • 승인 2022.09.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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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제11호 태풍 '힌남로(Hinnamnor)'가 당초 예상하였던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국토의 남동부지역을 할퀴고 빠져나갔지만 남긴 상처가 매우 크다. 역대 태풍중 최강이라고 알려진 '힌남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과 같이 1년 내 힘들게 노력한 수확물의 결실과 민족 최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지난 6일 새벽 4시50분쯤 경남 거제도에 상륙하여 2시간여만인 오전 7시쯤 울산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5일까지만 해도 '힌남로'는 6일 오전 6시를 전후해 통영과 거제 사이로 들어와 포항을 통해 동해로 빠져나가며, 약 3시간가량 내륙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예측보다 빨리 내륙에 상륙한 후 예측 경로에 비해 남동쪽으로 치우치면서 빠르게 빠져나감으로 인해 피해규모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현재까지 중앙재난대책본부의 잠정 집계에 의하면 '힌남노'가 내륙을 통과하면서 가져온 인명피해는 총 13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태풍의 규모는 비슷했으나 131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발생시킨 2003년 '매미'나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에서 16명이 사망·실종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불행 중 다행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마저도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가장 큰 포항지역에서 인근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 발생으로 안전하게 집안에서 대피하고 있다가 안내방송을 듣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9명이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역대 최강이라고 예측되었던 '힌남로'가 비록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많은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왔지만 그나마 비슷한 규모의 다른 태풍보다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줄었던 이유는 '힌남로'가 내륙에 머문 시간이 '매미'에 비해 다소 짧았고 진행방향 남동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필자는 이번 태풍에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노력과 언론들의 신속한 보도 및 국민들의 철저한 준비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과거 '루사', '매미'보다 큰 위력을 가졌다고 예측된 '힌남로'의 상륙이 임박함에 따라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되자, 지난달 수도권 물폭탄이 예상되는 데에도 퇴근을 하고 자택에서 지시하였다고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윤대통령은 이번에는 직접 '힌남노' 대비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비책 마련을 지시하였다. 이는 지난 폭우 당시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태풍의 상륙을 하루 앞둔 5일에는 퇴근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야근(?)을 하면서 사태를 주시하였다. 이에 따라 5일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3단계로 격상하고 전 부처 장관들과 기관장들에게는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렸으며,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정부의 최근 5년간 16건의 태풍 중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즉 반지하, 해안가 도로 등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사전대피와 선제적 통제를 하고, 양식시설·항만크레인·선박 등은 사전에 고정·결박할 것을 당부하였으며, 전통시장, 상가 등 침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배수로 사전정비와 산불피해지역, 경사지 태양광발전시설, 세월교 등 위험지역의 지속적인 통제와 재난문자 등을 통한 기상정보·국민행동요령을 수시로 안내하였다. 또한 태풍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6일에는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민간분야의 출근 시간 조정과 학교장의 자율적인 판단하게 적극적인 휴교 또는 원격수업을 권고하였다.

비록 관계당국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준비 및 '힌남노'가 내륙에 머문 시간이 예상보다 짧아 피해의 규모가 예상보다 적었고, 6일 아침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맑은 가을 하늘이 나타남에 따라 일부에서는 일기예보에 대한 불신과 태풍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쓴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철저한 대비로 태풍의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예보와 다른 체감으로 뉴스를 비난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무사하게 지나갔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전 지구적인 기상변화로 이번 '힌남노'와 같이 우리나라 주변까지 강한 세력으로 북상하는 태풍은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따라서 재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는 아무리 지나치게 하더라도 잘 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태풍 '힌남노'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발생한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를 보면서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나오지 않게 하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최근 우리의 거주형태는 아파트 중심이며, 주차장은 대부분의 아파트는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배수가 잘 되지 않거나 인근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 포항에서의 참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발생 시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온 창원시에서 해일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1km의 차수벽이나, 지난달 폭우시 차수벽을 설치한 강남의 건물이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새롭게 건설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차수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아파트에도 일정한 시간을 주고 설치를 강제하는 방안을 신중히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기상변화는 우리 지역은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을 두고 보지 않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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