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로 몸 팔러 떠난 식구들 헐벗은 가슴엔 천년의 유산이 녹아 흐르고/ 뒷산 언덕 멀지 않은 날 따르고픈 언덕이라 삼 십리 큰 집 올라/ 대대손손 핏줄은 세월을 따순 정을 잇고 돌아보는 얼굴마다 뭉클 쌉쌀 둥근데
뚱뚱히 살찐 햅 곡식 더미 터져 방앗간 마당 없이 쿵닥쿵닥사그락사그락/ 찌지직찌지직 익는 족족 목구멍을 타고 깊은 터널로 우휴 안기는
여러 조상어르신 모신 큰 상차림 넓죽넓죽 큰 절에 후손들 어깨 위로 내려/ 날개에 날개를 달아 세상 거친 풍파에 보이지 않는 힘을 주시는데
덩싸덩싸 날싸날싸 우싸우싸 날싸날싸
저자인 양 불야성이 고봉으로 넘치는 인심은 뉘 공이라 이리 고이고 나뉘는지/ 초승달 같던 아이들 놀이판 어른들 윳판 술판 질펀한 웃음판 뒤범벅으로
송송이 차오르는 당신의 해맑은 얼굴은 옛날로 먼 옛날은 오늘로 유전하고/ 가을식탁 훨훨히 넓고 깊어 보이지 않는 당신의 흥에 취하여 돈다
◇박성익 = 경북 상주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를 중퇴했으며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해설> 곧 다가올 한가위를 앞두고 이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참 복된 일이다. ‘쿵닥쿵닥사그락사그락’, ‘찌지직찌지직’, ‘덩싸덩싸 날싸날싸 우싸우싸 날싸날싸’등 특이한 의성어도 재미를 톡톡히 한 몫 한다. 참신한 의성어와 함께 세세하면서도 풍요로움 가득한 한가위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는 글이다. 한가위의 풍성함과 왁자한 가족모임이 함께 하면 좋으련만, 코로나19로 인한 가족과 친척 모임은 올해도 쉽지가 않겠다. 이 또한 한 시대의 색다른 풍습이 되어 남을 것이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