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마음을 치유하는 동적명상
[치유의 인문학] 마음을 치유하는 동적명상
  • 승인 2022.09.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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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일반적으로 명상이라고 하면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리치료 활동에서 명상은 '자신을 찾아가는 치유의 여행' 이다.

명상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권하는 명상은 일종의 '즐거운 놀이'다. 명상의 가장 큰 효능은 뇌파의 진정효과와 스트레스 해소다. 어려운 명상 때문에 치유에 걸림돌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명상의 의미를 확장시켜 보았는데 결과는 감동적이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며 하는 독서다."

즐거운 집중과 몰입이 있는 독서와 여행을 혹자는 '동적명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명상인 셈이다.

몸의 긴장을 풀고 방에 앉아서 호흡에만 집중하는 좌식 명상.
호젓한 숲길에서 오직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며 걷는 걷기 명상.
힐링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만다라를 그리는 그림 명상.

그러고 보니 모두 오롯이 몸을 사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 속에서 찾아보는 명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의외로 크다. 그래서 명상을 통찰명상과 집중명상으로 나누었다. 통찰명상은 좌선을 통해 몸, 마음의 조화를 가지는 전문명상이며 집중명상은 대상을 정해놓고 오감에 집중하는 명상으로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생활 명상이다. 생활 명상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효과는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 30일을 집중하면 당신의 세포들이 알아차리고 3개월을 집중하면 당신의 체질이 바뀐다. 높았던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다. 좋은 습관은 당신의 몸의 세포와 정신의 호르몬까지 바꾸어 놓는다.

"자세를 바로 하고 몸에 힘을 뺀 다음 눈을 지그시 감아봅니다."
"들숨과 날숨의 자각은 무의식 속 자신을 만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깊게~ 코로 숨을 들어 마시고, 후~ 하고 입으로 천천히~ 내뱉습니다."

눈을 감으면서 명상은 시작된다. 명상瞑想의 '명瞑'은 '눈을 감다'란 뜻이다. 눈 뜨는 행위가 의식의 시작이라면 눈 감는 행위는 무의식의 시작이다. 오감은 그때부터 열린다. 호흡을 자각하면서 명상에 집중하면 몸이 천천히 이완된다. 몸의 이완은 뇌가 안정감을 느끼는 가장 쾌적한 상태다.

필자의 심리치료 10회기 중 꼭 한 회기는 야외에서 '명상치료'를 한다. 연구실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청도 운문사 '솔바람 길'은 필자가 개발한 최고의 명상코스다. 천년의 솔향을 온몸으로 맡으며 오롯이 걸음에만 집중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솔밭은 자연의 선물이다. 두어 걸음 앞서 걷다 보면 들리는 바람은 솔잎이 속살거리는 소리다. 돌 틈 석간수의 사랑 소리는 나를 위로해주는 신의 선물에 가까운 ASMR이다. 어디 그뿐인가? 낙엽과 솔잎이 두툼히 쌓인 곳에서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한 발 한 발 집중하며 걷는 의식은 내가 가장 순수해지는 시간이 된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세상에서 누리는 가장 호사로운 시간이다.

"오감에 집중하며 걸었을 뿐인데 위로를 받은 느낌입니다."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집중하며 걷고 있으니 부정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맨발로 집중해서 걸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잠이 너무 잘 왔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던 맨발 걷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맨발로 걸어본 게 얼마만 인지 모르겠어요?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걷기 명상치료가 끝난 후 내담자들이 남기고 간 솔직한 후기들이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 2004>의 실전 인물이었던 최배달(본명 최영의) 선생이 치바 현 키요즈미 산에서 수련할 때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하루를 여는 명상으로 아침을 열고 수련이 마치고 잠들기 전 밤 10시 하루를 정리하는 묵상을 했다고 한다. 젊고 혈기 넘치는 무도인이 스스로의 힘을 통제하고 무도의 완성을 사랑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명상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7년 차 신입사원이 밤늦게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늘 반듯하게 예의를 차리던 사람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받았다.

"교수님 갑자기 7층 기숙사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너무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K군이었다. 병원 약도 먹었는데 효과를 보지 못한 걸 잘 알고 있던 터라 급히 처방을 내렸다.

"가까운 곳에 맨발 걷기 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당장 그곳으로 가서 맨발로 한발 한발 온전히 발걸음에 집중하면서 30분을 걸어보세요. 단, 온전히 걷는 데만 집중하셔야 합니다."

한 시간 뒤에 걸려온 전화에 필자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는 전화였다. 아찔했던 그 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마음의 치료는 몸의 처방이 해답이다. 가끔 명약은 깊은 산 속에 있지만 의외로 주변에 명약이 많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 동적 명상이 바로 당신이 몰라본 마음의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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