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로컬푸드는 건강한 공동체 운동이다
[수요칼럼] 로컬푸드는 건강한 공동체 운동이다
  • 승인 2022.09.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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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우리 속담에는'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다. 옛부터 먹는 음식의 중요성은 동서양 구분 없이 강조해 왔다. 경제성장은 소비자의 식탁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식품과 잔류 농약 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아이들의 비만 등으로 인해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음식물의 안전과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고, 이런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토불이'로 잘 알려진 로컬푸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농촌진흥청은"50~100km 거리 내에서 지역의 생활권역이나 인근에서 생산·가공·유통되는 신선하고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로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통해 마크를 획득한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조례의 경우 행정구역을 강조하고 있으며, 프랑스 음식 대기업인 스토니필드 팜의 CEO인 게리 허쉬버그는"24km에서 160km 안에서 재배된 유기농"이라고 한다. 이처럼 로컬푸드는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거리, 행정구역, 유기농산물을 강조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최소 유통단계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 단체들은'특정한 지역'을 규정하는 로컬푸드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고 행정적 지원을 통해 로컬푸드를 육성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적인 경계를 강조하게 되면 소비지역에서 가까운 다른 행정지역에게는 배타적이 될 수 있다. 로컬이라는 개념은 관계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지 물리적인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농산물을 통한 농민과 소비자 관계 회복을 통해서 농업 생산의 안정성과 식탁의 안전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로컬푸드다. 따라서 로컬푸드는 얼굴 있는 생산자가 지역의 소비자들과의 사회적ㆍ물리적 거리를 줄인다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도·농상생협력이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의 경우 지역 생산, 지역 소비의 지역 순환 유통이 가능하도록 행정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은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동일한 생활권에 더 가깝다. 농업 생산 중심지인 경북과 소비와 음식문화의 중심지인 대구는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소비지인 대구는 소비 관점에서 먹을거리 안전성과 공급 안정성에 관심이 많으므로 생산자인 중·소농의 안정적 생산을 담보하는 생산비 보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북은 대규모 소비시장인 대구와 제휴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식품관련 인증제도의 강화이다. 소비자의 경우 농산물의 안전성 검사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친환경(무농약, 유기농) 농산물 인증 기준과 동일하게 인식하며, 정부에서 발급한 인증제도나 인증마크를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지역인증제의 중요도는 인식이 낮다. 로컬푸드 지역 인증제가 빠르게 정착하여 지역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지역 인증을 통해 판로 확보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에게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지역의 로컬푸드가 되기 위해서는 품질인증시스템 구축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셋째, 로컬푸드 체험장 조성이다. 도심 속에서 텃밭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혹은 옥상이나 집 앞 작은 공간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은 지역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로컬푸드 체험장은 정서적 안정 도모, 신체활동 증진, 텃밭을 통한 영양 섭취, 사회적 상호작용 확대, 자연의 소중함 인식 등 그 과정에서 농촌의 들판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흙이 주는 따스함과 자연의 원리를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 로컬푸드는 농업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 어른들에게는 치유 효과를 제공해 준다.

로컬푸드는 음식생활 습관과 음식문화를 통해 녹색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로컬푸드는 단지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해결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땅, 살아있는 유기체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우리가 걱정하는 환경문제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삶의 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생명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건강한 공동체에는 전형적으로 안정된 가족, 친절한 이웃, 지역 경제를 살리는 비즈니스가 있다. 이처럼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로컬푸드 운동은 건강한 공동체를 복원시켜 행복을 가져다 주는 필수요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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