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붙으면 운명도 파릇해질까/ ‘한때’를 기웃거린다
퇴색해버린 수채화 속에서도
뜨거움이 만져지는 한때가 있었다고
벙글어 터질 듯 웃던 한때
울먹였던 한때
찬란했던 한때
지나간 말의 부스러기들을/ 서로 엉켜 붙이다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이 박제된 걸 알았네
웃는 나를 또 누군가 따라 웃을 한때
남겨진 한때가/ 돌아올 한때를 기다린다고
한때를 지키고 있는 것 또한/ 한때라고
쏟아내었던 거친 숨결에도 익숙해지던
오늘도 어제로 남을 우리의 한때
◇김정아= 경북 상주 출생.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문장작가회 회원.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시집 :『채널의 입술』
<해설> 세상 누구도 같은 길을 두 번 가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같은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향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 태양빛도 달라져서, 어느 길이든 단 한 번만 지나갈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서 현재로 걸어 나간다. 아무리 과거가 목소리를 높이고 미래가 웅성대도 모두 배경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긴장을 풀면 안 된다. 현실만 고집해서도 이상을 놓쳐서도 안 된다. 사노라면 가끔 불완전함이나 걱정거리가 꿈과 희망을 대신 할 때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건 다를 바 없어 이 또한 알차게 성공한 삶이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변함이 없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하고, 그저 그러려니 하면 마음이 편하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이 만날 때 몸짓은 표정이 된다. 앉은 자리를 바꾸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봄의 향기가 짙다 했다.
-성군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