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인 (4)
[데스크칼럼] 한국인 (4)
  • 승인 2022.09.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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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추석전 태풍 힌남노가 포항과 경주를 휩쓸고 지나갔다. 많은 희생자가 생겼고 지난 8일 포항의료원에는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침수 현장에서 아들을 살려 내보내고자 했던 모친 김모(52) 씨는 입관실에서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을 마주하고는 오열했다. 중학생 아들 김모(15)군과 김씨는 탈출을 시도하다 불가항력을 느꼈고 김씨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아들을 내보냈다. 김 군은 모친에게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사랑해’라는 마지막말이 뭉클하고 가슴에 닿았다. 아마 50대 이상의 한국인 남자들은 부모 자식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도 물어보면 ‘뭘 그런 말을 하느냐’라며 쑥스러워 한다. 혹은 자식과의 전화통화하는 것을 우연히라도 들어보면 통화 끝에 ‘사랑해’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서양의 문화에서는 ‘사랑해’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표현된다. 미국 영화에서는 연인뿐만 아니라 중년 부부, 부모 자식간에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만나면 서로 포옹하고 뺨을 부비고 보는 그들과 유교사상을 가진 우리는 언어습관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유교사상 얘기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지만 영화에서처럼 ‘사랑해’를 내뱉기는 쉽지 않다. 그 겸연쩍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너무 두고 두고 묵혀 뒀다가 마지막 순간에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마지막에도 하지 않거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거부감이 덜 한 것 같아 조금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젊은층(자식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소통하기위해 나이 든 사람들의 사고가 좀 더 유연해 지면 좋겠다. 추석날 만나서 ‘언제 결혼 할 거냐’, ‘직장은 구했냐’ 이런 말은 이제 어느 정도 금기시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런 말 하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당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명절 연휴는 일에서 벗어나 쉬는 연휴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가 친척간에 1년에 몇 번이라도 만나는 계기가 됐는데 제사가 줄어들면서 혹은 없애면서 만남이 없어졌다. 결혼이나 장례식장에서 만나면 서먹한 친척이 어느 면에서는 야속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멋쩍고 친척관계도 소원해지는 원인이 뭘까. 어떤 사회학자가 연구해서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아니 이미 제시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명절에, 오랜만에 여유도 넘치겠다 한번 생각해 봤다.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공부, 공부, 성적, 성적, 남못지 않은, 남에게 보일만한 자식으로 커 줘야 하고, 이를 위해 돈이 들어가야 하고. 재산이나 지위로 평가하고 평가 받고. 모두들 피곤하다. 명절에 모여도 자식과 마음에 있는 대화를 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상당수 가정은 만나면 그냥 반갑고 아깝고 안쓰럽고, 잘해주고 싶고 밤이 세는 줄 모르고 대화의 꽃을 피울 것으로 본다. 다만 일부에서 우리 부모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자식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가 잘해주는 것과 대화가 되는 것은 좀 다르다. 보수적인 부모들이 더욱 자식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부모들이 좀 더 열린 사고를 하면 좋겠다.

우리보다 자식들에게 덜 해주는 것 같은 서양인들의 부모자식 관계가 더 정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술과 마약과 무관심으로 붕괴되는 서양 가정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왜 그들이 더 정이 넘치는 것 같은가. 필자가 보기에 그들은 어릴때부터 자신을 표현하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사회 역시 많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중요한 일이 일방적인 지시로 결정되는 일은 그쪽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음의 장애나 벽이 없이 소탈하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사랑한다. 한 외국인 기자가 한국인의 특성을 기사화했는데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국민 평균 IQ 106으로 세계 2위, 일 많이하는 나라 세계 2위, 문맹률 1%로 유일한 나라, 미국과 대적시 3일이상 버티는 8개국 중 하나, 지하철·버스에 노인석이 있는 유일한 나라, 세계 봉사 글로벌 4위. 이정도 나라에서 이제 좀 편하게 살때가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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