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꽃다발을 말리면서
[좋은시를 찾아서] 꽃다발을 말리면서
  • 승인 2022.09.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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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시인

누가 내게
이와 같은 슬픔까지 알게 하는가
꽃이 피는 아픔도 예사가 아니거늘
저 순일한 목숨의 송이송이
붉은 울음을 꺾어다가
하필이면 내 손에서 시들게 하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것처럼
꽃은 매달려서 절정을 모으고
영원히 사는 길을 맨발로 걸어서
이렇게 순하게 못 박히나니
다만 죽어서야
온전히 내게로 돌아오는 꽃이여
너를 안아 올리기에는
내 손이 너무 검게
너무 흉하게 여위었구나
황홀한 순간의 갈채는 지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빈혈의 꽃과
무심한 벽과
굳게 다문 우리들의 천 마디 말뿐
죽어가는 꽃을 거꾸로 매다노라면
물구나무서서 솟구치는
내 피의 열기,
내 피의 노여움,
네 피의 통곡
꽃을 말린다 입술을 깨물고
검게 탄 내 피를 허공에 바랜다

◇이향아=경희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지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이래 시집『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등 24권의 시집과『새들이 숲으로 돌아오는 시간』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시의 이론과 실제』등 8권의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을 펴냈다.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문덕수문학상, 아시아기독교 문학상 등을 받았다. <기픈시(테마시)> 창립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설>
누구나 삶이 완전하지 않으니, 현재란 늘 그렇게 불완전하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인간이 사는 세계의 본질은 모든 것이 일시적이고 끊임없이 바뀌지만, 자기 의존함의 사람은 변화에 저항하는 대신 그것들을 즐길 수 있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은 너무 많다. 하루 종일 깨어있지 않아도 바다와 해변을 느낄 수 있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사랑을 하였다는 과거의 무효이고, 하리라는 현재의 빈곤이다. 꽃이 예쁜 걸 알면 꽃 시절이 지났다는데, 온데간곳 없는 청춘 어이 할까. 어쩌랴 그래도 꽃인 양 싱긋 웃어보자. 그래서 난 지금도 사랑을 한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사람과 사랑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조작하는 인위적인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은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사람은 아무리 힘겨운 순간이라도 그 고통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그것을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다. 삶의 목표에는 완성이란 없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겨나는 게 인생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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