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열고
바람 마주 하면
스르르 풀려나는
가슴 응어리
나무는 이제
낙엽 준비 한다
겨우내 누릴
휴식과 평안을
마감 닥친 일감
잠시 내려놓고
바람과 나무
함께 하는 시간
전멸된 공연들
백만 원 지원금
골드미스 처제
씁쓸한 웃음
기진한 몸에
총질 불질
자비로우셔라
셧 다운 추석
우리 모두
바람 타자
나무로 살자
봄은 올테니까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이 글에서 봄이 온다는 것은 단순한 봄이 아니다. 코로나19(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의 영향으로 하루하루 귀하게 열어가는 화자의 일상이 보이는 가운데, ‘전멸된 공연들/백만 원 지원금/골드미스 처제/씁쓸한 웃음’을 보면 화자는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자비도 함께 소유하고 있는 인격이다. 글은 이렇듯 읽는 것만 잘하여도 화자의 인격을 대할 수 있어 참 좋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