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꼬리
[좋은시를 찾아서] 꼬리
  • 승인 2022.09.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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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

개가 개밥 앞에서
꼬리를 흔든다
반갑다고 흔든다

밥 앞에서 흔들리는 개 꼬리를
형이상적으로, 혹은
감각적 언어로 변용해 쓰기도 하는 게
사람들인데
'꼬리친다' 같은 말은
개 꼬리 움직임을
의미론적으로 변용해 쓰는 예가 된다

'꼬리'가 사회화 되고
타성과 상식 속에서 일반화 되다보면
밥에게가 아니라
재벌에게, 권력에게
'꼬리치는' 것들이 많아지기도 하는데
스스로 개 꼬리가 되어 흔들리는
언필칭 시인, 소설가들도 있다

역사가 살아있는 생명이어서
그 속에 교훈을 담고 있다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대로라면
언젠가 '꼬리'가 '회초리'나 '오랏줄'로 바뀌는 것도
필연일 듯싶다

날이 새니
개들이 개들끼리 떼로 모여 사는
개판 세상이
큰소리로 짖는다
컹. 컹. 컹...

◇이건청=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실라켄스를 찾아서』,『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외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해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신이 결정하여 살아가는 삶을 원한다. 인간은 자신의 참 자아 안에서 안전하다. 그것을 남들에게 입증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다시 남들의 눈으로 자신을 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 사물, 상황과 형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타인의 눈 또는 대상들을 통하여 자기를 규정하고 이해하면 그 인생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엉망이 된다. 자신의 정체가 다른 사람 또는 대상들에게 오랏줄처럼 묶여 있는 한, 인생은 언제나 흔들리고 뒤죽박죽이 된다.

대상의 의존함의 반대는 자기에 의존함이다. 인간은 자기에게 의존할 때 내적 자아와 영혼의 변치 않는 본질에 자신의 정체를 일치시킬 수 있다. 자기에 의존함은 처해있는 상황이나 형편, 환경에 상관없이, 외부에 자신을 일치시키지 않으므로 자유롭고 경이로운 삶이 가능하다.

세상은 사랑 보다 미움,한[恨]을 가르치는데 능숙하다. 미움은 배타와 기만으로 이어져 삶의 운무가 된다. 그렇게 살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모양이 제멋대로인 구름도 어느 덧 흩어지고 사라져서 푸른 하늘이 보이는 시절이 있다. 강함은 자기보다 못한 자에게 앞서지만, 유함은 자기보다 뛰어난 자에게 앞선다.

-성군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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