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후략)’으로 시작하는 동요 ‘가을밤’의 원작이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로 시작하는 윤복진의 ‘기러기’(1929)이다. ‘가을인가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봐~(후략)’의 동요 ‘아 가을인가’도 윤복진의 노랫말이다.
이번 기증 자료에는 육필 노트, 필사 악보 등을 비롯해,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사, 이인성 표지화로 만든 ‘물새발자옥’(1939), 윤복진이 1929년 펴낸 ‘동요곡보집’, ‘초등동요유희집’(1931), ‘현제명작곡집’(1933) 등 1920~40년대 악보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이름난 작사·작곡가들의 곡 35곡이 수록됐고 그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귀한 자료다.
특히 193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음악 평론잡지 ‘음악평론’ 4월호(윤복진 평론 게재), 최남선의 ‘백팔번뇌’(1926) 등의 초판본 도서들과 대구 출신 영화감독 이규환이 해방 후 제작한 영화 ‘똘똘이의 모험’ 시나리오도 찾아볼 수 있다.
윤복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통틀어 윤석중과 함께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평가받는다. 윤복진은 1950년 한국전쟁 중 월북으로 잊혀졌다가 1988년 해금 이후부터 학계 등에서 조금씩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자료 기증으로 인해 윤복진과 일제강점기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