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 살 깎아 먹는 최저가 경쟁
[기자수첩] 제 살 깎아 먹는 최저가 경쟁
  • 승인 2022.09.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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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리 정경부 기자
고물가 흐름이 지속하자 대형마트 업계의 최저가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최저가를 앞세우며 땡처리 할인 행사에 나섰다.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집객을 유도하는 한편, 소비자 혜택을 높이고 물가 안정에도 동참한다는 게 업계의 명분이다.

최근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 양상을 보면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의 상품 가격을 비교·검색해 다른 곳보다 비싸게 구매하면 차액만큼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최근 도입했다. 이마트 역시 홈플러스와 비슷한 최저가격 보상제를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다. 롯데마트도 당시 이에 대응해 이마트가 가격을 비교하는 해당 상품 가격을 이마트몰에서 제시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이런 최저가 마케팅이 예상만큼 효과를 낼까.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몸집이 빠르게 커진 만큼, 대형마트가 가격 면에서 압도적인 변별력을 갖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 핫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당 가격, 행사카드 할인, 쿠폰 적용 여부 등 온갖 혜택이 집약된 최저가 쇼핑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판다는 ‘쩐의 전쟁’으로는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 한두푼에 상품 구매처를 쉽게 바꾸지도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값이라면 무료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이커머스가 더 낫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물가 정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울며 겨자먹기식의 가격 경쟁을 오래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저가를 내세우면 일단 소비자들은 몰릴 수 있으나 수익 면에서 실속이 너무 떨어진다. 고물가, 고비용 구조에서 늘어나는 부담을 마트가 떠안는 구조가 정착될까 우려스럽다. 최저가 경쟁이 과열될 경우 납품업체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6천990원짜리 ‘당당치킨’으로 흥행가도를 달리는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2월) 영업손실 1천335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올 1분기(2022년 3월~5월)도 영업손실 56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운 바 있다.

대형마트는 리오프닝 국면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업계 전망도 좋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지난 7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평균 12.1% 늘었고 백화점과 편의점이 각각 31.6%, 10.4%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황의 그늘 속 대형마트의 가격 파괴가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우려스럽다. 오래 가지도 못할 1원 단위의 출혈경쟁 대신,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꼭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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