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낙동강 바람길 따라 찾아가는 문학기행과 尙州 시인
[화요칼럼] 낙동강 바람길 따라 찾아가는 문학기행과 尙州 시인
  • 승인 2022.09.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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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물이 바다로 갈 수 있는 것은

흙이 물 앞에서

낮게 엎드려 따라오라고

안내를 해 주기 때문이다.



흙은 늘 낮은 데로

안내를 한다.



최춘해, 동시 「낮게 엎드려」 전문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과 평등을 유지한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 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 강과 물을 몹시 사랑해 날마다 예배하듯, 강을 바라보고, 강을 따라 걷고, 강이 들려주는 시를 옮겨 적었다는 구상 시인의 시 ‘강’을 읊으며 인용하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듯 마음에 계절풍이 불어오면 으레 물길 따라 길을 나서게 된다. 기세등등하던 코로나19가 불같은 범의 눈빛에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는 임인년(壬寅年) 가을맞이는 낙동강 바람길 따라 찾아가는 문학기행이다.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원을 태운 차는 상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기행지인 상주는 예로부터 문학의 고향인 문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상주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문향과의 조우를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 모여드는 곳이다. 오늘은 선비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도남서원’, 강물처럼 문학이 출렁이는 ‘낙동강문학관’, 하늘의 품을 열어 사람에게 안겨주는 ‘경천섬’, 예던 길의 깊이를 보게 될 ‘역사박물관’, 삶의 방향을 되짚게 할 ‘동학문화제전’ 등을 톺아보기다.

먼저 기사는 도남서원 앞에서 차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도남서원(尙州 道南書院)은 1606년(선조 39) 지방 유림의 공의로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그 뒤 노수신, 유성룡, 정경세를 추가하여 위패를 모신 곳이다. ‘도남(道南)’이란, 북송(北宋)의 정자(程子)가 제자 양시(楊時)를 고향으로 보낼 때, ‘우리의 도(道)가 장차 남방에서 행해지리라’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원호(院號)를 도남(道南)이라 한 것은 조선 유학의 전통이 바로 영남에 있고, 상주가 이를 계승했음을 천명한 것으로 선현 배향과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왔다. 더 나아가 지금의 도남서원은 상주가 문향으로 일컬어지고 상주답게 만들어주는 문화공간으로서 고금의 시공을 뛰어넘어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낙동강문학관(관장 박찬선)으로 가는 길은 매력적이다. 도남서원 앞에서 범월교, 경천섬, 낙강교로 이어지는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다. 자전거박물관 앞을 지나가는 길도 있지만, 차로가 한 방향인 외길이어서 신호에 맞추어 교대로 통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사람에게는 있지만 그래서인지 가끔은 고라니, 다람쥐, 나비, 새들이 마중을 나오는 고운 길이기도 하다. 마음을 열어두고 찾아가는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 100번지, 낙동강을 닮은 ‘ㄱ’자 한옥이 낙동강문학관이다. 문학관 중앙홀에는 영호루, 관수루, 영남루, 낙동강 3대 루의 시문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제1실 ‘낙동강과 상주문학’에는 16명의 역대 상주 문인과 작품을, 제2실 낙강시회실에는 700년 시(詩)놀이 낙강시회를 잇는 낙강시제의 역사와 오늘을, 제3실에는 ‘동시의 마을 상주’를 일군 신현득, 김종상 시인을 비롯해 22명 상주 아동문학가의 약력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근현대 상주문학의 현황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여행이란 함께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만족감이 반전을 일으키며 널뛰기를 한다. 이번 기행이 그러했다. 시간 관계, 현지 사정 미숙으로 인한 약간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주는 반전이 있었다. 마지막 목적지인 ‘상주동학문화제’ 관람을 마치고 탑승을 완료하였는데 버스 앞에는 흰색 승용차가 버티고 서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의아해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우리의 얼굴은 금새 환해졌다. 박찬선 낙동강문학관장, 상주문협 이승진 회장과 김동수 부회장이었다. 그들을 따라간 강변 주막촌에는 이미 주안상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환담과 미담을 주고받았다. 상주 시인들의 정성스런 접대는 오래도록 문향을 따듯한 곳으로 기억하고 미소짓게 할 것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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