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가짜뉴스는 왜 우리 곁에 있을까?
[수요칼럼] 가짜뉴스는 왜 우리 곁에 있을까?
  • 승인 2022.09.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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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문(門)에서 두 문설주 아래에 가로로 댄 나무를 문지방이라 부른다. 문지방은 방 안과 밖 혹은 집대문 안팎을 구분해 준다. 어린 시절 문지방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간혹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친구가 있다. 이때 즐겨 인용하는 예가 남대문 문지방의 높낮이 다툼이다. ‘서울에 안 가본 사람이 목소리 더 크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 간 적이 있는 사람보다 못 가본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시골에는 TV도 보급되지 않아 라디오로 소식을 전해 듣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따라서 문지방 높낮이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마을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집은 문지방이 높고, 작은 집은 문지방이 낮다. 도성의 출입문 역할을 했던 남대문의 규모는 매우 크기 때문에 문지방도 높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두 눈으로 확인해 보면 남대문은 문지방이 없다. 문제는 남대문에는 문지방이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남대문에는 문지방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추론이 맞다고 막무가내로 우긴다. 결국 다수인 이들의 주장이 먹힌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5박7일 간 해외 순방 소식이 국내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가짜뉴스’와 ‘왜곡뉴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고 엘리자베스 2세 조문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외교적으로 홀대를 받았다’ ‘조문록은 왼쪽에 기재’ ‘검은 베일 달린 모자 착용’ 등 야권으로부터 많은 비판이 일어났다.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 논쟁이 일어났다.

가짜뉴스 논쟁의 백미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막바지인 지난 22일 MBC가 보도한 대통령의 막말과 비속어 파장이다. MBC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도하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여권에서는 자막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음성을 특정한 메시지로 들리도록 인지적으로 유도한 악의적인 왜곡 보도라 비판했다. 특히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MBC 보도 이전에 먼저 언급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MBC 사이에 정언유착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6일 출근길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하면서 가짜뉴스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MBC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온라인에 퍼졌기 때문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MBC 보도 이전에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스 가치가 있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라면서, 여권이 제기한 정언유착 의혹에 대해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흔히들 가짜뉴스와 왜곡 보도에 대해 ‘낚였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왜 가짜뉴스들이 버젓이 우리 곁에서 속삭일까? 대통령 부부의 활동 모습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직접 확인하지 못한 대중들은 스스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한다. 이때 대중들은 대통령 부부의 외교 성과와 같은 무거운 주제보다는 무슨 옷을 입었고, 어떤 사람을 만나 무엇을 먹었는지 일상적인 가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언론도 시청율이나 구독율을 높이기 위해 대중들의 심리에 맞게 보도한다.

대중들이나 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관계 확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악용하여 사실 관계를 비틀고, 휘고, 추가해 던져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받아 우물가에 물 길러 온 동네 사람들에게 퍼 날라다 주는 수다쟁이가 있어 금방 동네방네에 소문이 쫙 돌게 된다.

그런데 공공성을 가진 매체나 기자들이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가짜 뉴스나 편파왜곡 뉴스를 퍼뜨리는 것이 문제다. 언론사의 논조와 기자의 가치 기준에 따라 보도 행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관계는 팩트이므로 누가 보아도 같아야 한다. 이처럼 사실 관계 보다는 스캔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의 심리를 이용해 윤 대통령에게 나쁜 이미지를 덫 씌우기 위해 가짜뉴스 뉴스를 유통시키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시키는 악(惡)이 될 수 있다. 가짜 뉴스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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