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황해도 지역 민속 성악
진중하고 절제된 분위기 특징
“화려하지 않아 나와 잘 어울려”
가사 전달 위해 한국무용 병행
관객에 다양한 재미 선사는 덤
8곡 중 6곡은 시대 맞춰 편곡
“국악도 동시대인과 호흡해야”
내년 초 앨범 발매 계획도
‘대구 유일의 서도소리꾼’이라는 수식어가 무거울 법도 한데, 그에게선 중압감보다 열정이 먼저 느껴졌다. ‘유일하다’는 속뜻은 “대구가 서도소리 하기에 토양이 척박하다”는 의미다. 그도 서도소리 황무지인 대구의 현실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 “대구에서 서도소리를 널리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이 여느 소리꾼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그 열정이 다양한 도전과 성취를 이끌고 있다. “대구시민에게 서도소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어요.”
김단희 서도소리 독창회 ‘단희歌’ 공연이 10월 6일 오후 7시30분 봉산문화회관 스페이스라온홀에서 열린다. 청년예술인인 그는 이날 △느리개타령 △몽금포타령 △관산융마(關山戎馬·인재서풍중선루를 추강이 적막어룡냉허니) △서도사랑노래(사설난봉가·작편곡 손다혜) △서도이별노래(수심가·작편곡 이예솔) △뒷산타령△ 불이로다(긴염불·작편곡 강한뫼) △ 나나나나!(연평도난봉가·작편곡 손다혜) 등 8곡의 서도소리를 들려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29호인 서도소리는 관서지방인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성행한 민속 성악으로 분단 이후 북한에선 맥이 끊기고 남한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친 풍토와 북방 이민족과의 갈등을 감내하며 굳세게 살아온 서도지방 사람들의 생활감정이 담겨있어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에 비해 진중하다. 남도소리에 비해 청이 높고 중간 음에서 격렬하게 떨려 하강하는 창법을 써서 탄식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대학 진학하면서 소리공부를 시작했으니 소리 입문은 한참 늦은 편이었다.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을 꿈꾸면서 실용음악에 매달렸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국악과 내에 실용국악파트가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진학하면서 전통소리에 입문했다. 그는 영남대 음악대학 국악과와 동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악과 석사를 졸업했다. 제6회 세종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부문 명창부 대상, 제31회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부문 명창부 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대학에선 남도민요와 경기민요, 서도민요 등을 두루 배웠다. 다양한 소리들 중에서 스승인 서도소리 이수자 곽동현의 영향을 받아 서도소리의 매력에 빠졌고, 인간문화재 김광숙 스승을 만나 서도소리에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다. 곽동현이 2020년에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그가 대구에서 유일한 서도소리꾼으로 불리고 있다.
“서도소리는 경기민요처럼 꾀꼬리같이 화려하게 부르지도 않고, 남도소리처럼 걸쭉하지도 않아요. 슬픔과 기쁨을 막 드러내지 않고 절제하죠. 그런 지점에서 제 목소리와 색깔이 맞고 차별화 되는 지점이 있어요.”
K-POP에서 서도소리로 전향했지만 걸그룹 지망생이었던 면모는 곳곳에서 묻어난다. 서도소리뿐만 아니라 한국무용도 병행하며 만능예술인을 지향한다. 지금처럼 한 분야로 전문화되기 이전에는 국악인들이 다양한 악기와 다양한 지역의 소리를 섭렵하며 예술적 기반을 넓혔던 것을 상기하고, 그 역시 한국무용도 병행하고 있다. “소리를 하더라도 몸의 움직임, 발림이 다양하면 가사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고, 또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도 더 다채롭게 선사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것을 공부하려 노력하고 있죠.”
청년이지만 소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곡가에게 의뢰한 곡으로 무대에 서는 쉽지 않은 선택은 그의 열정이 어디를 향하는지 말해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청년예술가에게는 만만하지 않은 비용이지만 그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밥을 굶더라도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는 열정이 비용에 대한 고민을 저 만치 밀어낸 것. 이번에 공연할 소리들도 2곡만 전통으로 가고 6곡은 현대적으로 의뢰한 곡들이다. “서도소리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반주음악은 관객들과 친근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작편곡을 합니다.”
작곡가들이 그와 함께 작업할 때 까다로운 그의 요구사항은 감수해야 한다. “서도소리의 본질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작곡이나 편곡”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이는 서도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고려한 배려다. “국악도 동시대인과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디사이저나 드럼 등의 익숙한 악기와 서도소리가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그의 소리는 외유내강형이다. 맑으면서도 강단이 있다. 서도소리가 그의 목소리에 실려 삶의 희노애락을 풀어내면 관객들은 웃고 웃으며 그의 소리에 빨려 들어간다. 대구유일의 서도소리꾼이라는 희소성이 득이 되는 때도 없지 않다. 그의 열정과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구시립국악단 등에서 공연의뢰도 들어오고, 각종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2022대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육성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원사업에서 대구시립국악단 악장인 양성필이 그의 멘토로 함께 했다.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양성필 선생님의 음악적인 행보와 저의 음악적인 철학이 잘 맞아 양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소리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의외로 “듣기를 잘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스승의 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며 그 소리가 몸에 체득되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소리야말로 명창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가르침을 스승에게서 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소리 듣기와 소리 공부를 하나로 생각하고 늘 병행한다. “소리를 잘 해야겠다는 욕심보다 저절로 나오는 소리가 좋은 소리라고 생각해 두 분야 모두에 열심입니다.”
내년 초 발매를 계획으로 서도소리로 앨범도 준비 중이다. 우리의 전통에 현대음악을 접목하며 서도민요의 현대화를 이번 앨범에 실현하게 된다. 전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작곡가를 섭외해서 곡의 다양성도 확보했다. 앨범에는 이번 공연에 연주할 작품을 포함 총 7곡을 수록하게 된다. “이번 공연이 앨범 제작을 위한 쇼케이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독한 노력형이고, 뭐든 하면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다. 어떤 소리꾼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소리를 직업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끊임없이 탐구해야 하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요. 더 좋은 소리를 위한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런 소리꾼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드럼 조대철, 베이스 이기욱, 신디사이저 조성현, 해금 최유하, 피리/생황 정규혁과 작곡가들이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의 입장료는 전석 1만원.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