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촉법소년은 몇 살부터?
[교육논단] 촉법소년은 몇 살부터?
  • 승인 2022.09.2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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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만 14세까지의 형사미성년자를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형벌을 내리기보다는 보호처분을 하고 있다. 이 연령이 낮아진다면 어린 학생들이 너무 어린 시절 형사처벌을 통해 부정적인 낙인을 일찍 받게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소위 ‘문제적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거다. 더불어 인권위는 형벌보다 보호처분에 대한 교육적 체계를 바꾸어서 어린 학생들이 정말 교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2021년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역시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세계의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보호, 증진, 실현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형사책임에 대한 연령을 적어도 14세 이하로 낮추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이들은 각종 연구를 통하여 심각한 피의자라 할지언정 14세보다 더 어린 경우,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권고’일 뿐이기에 실제로 비준국들이 전부 14세 이상으로 촉법소년을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연구 내용도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사실상 법무부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와 관련하여 내달 중으로 있을 예정이라는 TF팀의 발표와는 사실상 그 견해가 상반된 내용이다. 방화, 폭행,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촉법소년들의 중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엄벌을 촉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러한 국민적 목소리와 더불어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맞물리게 되면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의 문제는 정치적 색을 가리지 않고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기도 했다.

사실 여러 정책은 결국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은 사실상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그러한 관심은 쉽게 정치적으로 결탁한다. 실제로 미국의 정책학자 킹던(J. Kingdon)은 정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정치가 반드시 작용하여야 함을 언급한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연구자들은 킹던의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 정책들이 고유한 목적인 교육적 측면은 도외시되면서 발생하거나 사라지는 과정을 활발하게 증명하고 있다.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 하향의 문제도 정책의 촉발에 정치가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국가위원위원회가 의견서를 제출한 같은 날, 광주에서는 한 중학생이 흉기를 휘두르며 친구들을 위협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에 대한 과잉행동 처분, 영어 듣기 평가 거부로 해당 학교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특별교육 처분을 연달아 받은 아이는 그 기간에 가는 현장학습에 참여할 수 없었다. 몇 달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친구와의 싸움을 말리던 교사를 목공용 양날톱으로 위협하는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학교에서 한 일은 학생에 대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심리 상담을 받게 하는 것,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것 정도다. 그나마 전학은 거의 최고 수준의 학생 징계라 할 수 있을 거다.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5학년 학생이 다른 학교에 전학을 가서도 학생들을 이유 없이 때리고,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교장에게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고, 수업에 크게 노래를 틀고 칠판에 욕을 보란 듯이 쓰는 등의 모습이 공중파 방송을 타기도 했다. 사실상 학교에서 이러한 학생들에 대해 어떤 처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다. 꼭 이 정도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교사가 손 쓰지 못 할 일들이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처분을 내릴 것인가, 내리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탈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떠한 교육적 처분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소년교도소의 교정이나 교화 프로그램에 대한 혁신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소위 위기의 학생이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묘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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