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CEO 탐방] 오미형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바른의원 이사장 “지역민에 밀착 의료서비스…혼자선 못할 일, 협동의 힘이죠”
[휴먼 CEO 탐방] 오미형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바른의원 이사장 “지역민에 밀착 의료서비스…혼자선 못할 일, 협동의 힘이죠”
  • 강은주
  • 승인 2022.09.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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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사교적 재능 눈 떠
미국서 유학하며 시야 넓어져
뛰어난 한 명이 이루는 것보다
같이 이룰 때 행복 가치 더 높아
아파야만 가는 병원 아니라
아프기 전 관리 도와주는 곳
과거병력부터 현재 상태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치료비 절감
영남지역 최초 비영리의료법인
오미형사진
오미형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바른의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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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칠성시장 인근에 있는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바른의원 내부 모습.

영남권 최초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바른의원이 지난 4월 2일 개원했다. ‘서로 돌봄으로 풍요로운 건강공동체’를 비전으로 조합원 530여 명이 뜻을 모았다. 지난 8월부터는 장애인건강주치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증장애인 대상 방문 진료·간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문을 듣고 대구 칠성시장 인근에 있는 바른의원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은 이사장을 찾는 이들로 북적였다. 활기찬 표정의 오미형(59) 이사장은 “이제 걸음마를 떼었어요.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대구의료사협) 바른의원이 하는 일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민과 조합원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아파야만 가는 병원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병원이다. 대구의료사협 바른의원은 조합원이 직접 설립한 의원인 만큼 개인의 과거 병력과 현재 상태까지 꼼꼼하게 점검해주고 의료비도 절감된다. 지역민의 건강지킴이 역할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과 취약계층 방문 진료·간호, 건강주치의 역할 등 지역 밀착 의료서비스를 추구한다.

-설립 계기는.

△주변에서 거동이 불편한 분이 혼자서 병원에 가는 어려운 상황을 여러 번 봤다.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집으로 오는 서비스는 없는지 찾아보았다. 경기도 지역의 한 병원에서 방문 진료, 방문간호를 하고 있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취지의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어떤 사업을 하는 곳인지 살펴보았고,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설립하게 되었다.

-설립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힘들었다. 순수한 마음이었다. 앞으로 닥칠 난관은 생각조차 못 했다. 우스갯소리로 대학원 다닐 때 교수님이 내 별명을 “들이대”로 지어줬다. 나는 일단 시작하고 본다. 일의 과정에서 위험 요소와 시행착오도 많지만 어떻게든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인터넷과 책으로 조사하고 공부했다. 어느 날, 동네를 걷다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소개하는 현수막을 보았다. 2019년 2월이었다. 그곳을 통해 협동조합 지원센터인 ‘커뮤니티와 경제’의 연구원과 연결이 되어 도움을 받았다.

-나 혼자 했다면 못 했을 일, 협동의 힘이었다.

△2019년 12월, 1차 발기인 대회를 했다. 이제 설립자금이 필요했다. 신협 사회공헌재단에서 설립자금 3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조를 얻어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난 시기였다. 531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가받았다. 영남지역 최초였다. 2020년 7월 24일 창립총회를 했다. 산 넘고 바다를 건너니 이제는 태산이 버티고 있었다. 병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의사가 없었다. 방문 진료만 하려는 의사는 더더욱 없었다. 다시금 협동조합 경영지원센터와 의료사협 연합회에 컨설팅받았다. 일차의료기관 설립을 위해 보건소 신고 절차가 있었다.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병원 설립 비용도 만만찮게 들었고 병원 운영 방법도 배워야 했다. 개인적인 일이었다면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500명이 넘는 조합원출자금에 대한 부담감, 책임감이 겹쳐서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돌이켜보니 참 힘든 과정이었다.

-조합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가.

△대구의료사협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익법인이며 조합원, 지역민, 의료인이 협동하여 건강한 지역사회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가족도 의료·복지시설을 우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나의 주치의와 건강검진, 다양한 건강강좌, 질병 예방 교육 그리고 조합원의 소모임 활동 등으로 건강한 관계 형성과 정신건강도 챙길 수 있다.

-왜 이렇게 복잡한 칠성시장 근처를 택했나.

△칠성시장 부근은 비교적 예전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시장 상인을 많이 만났는데, 장사하느라 바빠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예전에 이 자리에 내과 병원이 있었는데,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없어진 상태였다. 상인들은 가게를 오래 비울 수 없으므로 시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열정이 넘친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성장기는 평범했다. 1964년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태어났다. 이곳 토박이다. 부모님은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하셨다. 어릴 때는 공부를 잘했다. 1등을 하면 선생님이 번쩍 안아주었는데 내 프라이드의 근원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침저녁으로 꽉꽉 찬 통학버스에 시달렸다. 멀미로 늘 머리가 아팠다. 남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미래를 설계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대학은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동아리(NAP) 활동에 재미를 느꼈다. 남을 설득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때 내가 가진 사교적 자질을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때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함께 학원 사업을 했다. 아들이 태어난 후, 아동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2005년 아동가족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대구와 구미의 모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미국에 갈 기회도 생겼다.

-새로운 세상, 사고와 시야가 달라졌다.

△미국은 내가 살던 세상과 달랐다. 물리적인 환경이 커지면서 내 생각도 확장됐다. 시야가 넓어졌고 사람과 사물의 접근법도 달라졌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살아야 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고 극복하면서 새로운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겸손의 가치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우리가 힘을 합칠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깨우쳤다. 뛰어난 한 사람이 이루어내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이룰 때 행복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한 주립대학에서 1년 반 정도 있을 예정이었는데 7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때 늦둥이가 3살이었다. 딸아이가 매우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왔다.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도 기회가 있다면 더 넓은 곳에서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희망 사항은.

△어렵게 대구의료사협을 만들었다. 원래 목표는 우리가 나이 들어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은 초석을 다지는 시기이다. 바른의원에 이어 취약계층 돌봄 사업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센터 사업 추진과 대구의료사협 봉사단을 만들 계획이다. 함께 뭉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강은주 편집위원 tracy11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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