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스위치 오프(신경 끄기)
[달구벌 아침] 스위치 오프(신경 끄기)
  • 승인 2022.10.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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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분명 4일간의 연휴였으나 온전한 휴식은 가지지 못했다.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니 시간이 흘러버렸다. 흘러가버린 시간이 너무 아깝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인가? 나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긴 연휴도 주말도 평일도 늘 무엇엔가 기듯이, 무엇인가를 으며, 왔다갔다 한다. 바삐 아다니다가 쉬려고 하면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닌가’ 죄책감이 들고, 아무에게도 신경쓰지 않으려 하면 사회성이 결여된 것처럼 느껴지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방은 화를 낸다. 정작 나한테는 신경 써 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무슨 고민이 있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 않은가?

내가 살면서 ‘스위치 온’ 해야 할 것과 ‘스위치 오프’ 해야 할 것을 정리해본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가정이다. 물리적 공간인 집이기도 하고, 가족관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경제생활 공동체이기도 하다. 주부로서 기본적인 집안일, 아내로서 남편과 소통, 엄마로서 자녀의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대화와 지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생활을 위해 해야 하는 직장생활이 필수이다.

요즘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스위치 오프가 안 되어 계속 생각하면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내 눈앞에 없을 때는 나를 위한 일을 해도 되는데 스위치 오프가 안 된다. 남편의 농사일과 형제간의 일과 정서적인 면을 계속 신경 쓴다. 군대에 있는 아들이 오늘도 무사할지, 혹시 실수라도 하여 상사에게 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자주 걱정한다. 군대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전화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맴돌고 지금도 혼자서 힘들어하지 않은지 애가 쓰인다. 반수를 시작한 딸이 공부가 잘 되는지 걱정이 된다. 공부시간에 집중은 잘 하는지, 자습시간에 피곤해서 잠을 자는 것은 아닌지, 공부량은 적절히 잘 소화를 했는지. 수능일은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올지, 수능을 끝내고 작년처럼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다.

눈 앞에 있을 때, 대화를 요청할 때 스위치 온해서 적극적으로 상대와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고, 그렇지 않을 때는 스위치 오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필요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혼자서 스위치 온하고 있다가 그들이 필요로 할 때는 과부하가 걸려서 스위치 오프 함으로써 그들은 오히려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치 온하고, 그들과 떨어져있을 때는 스위치 오프하자.

직장은 일과 사람 그리고 돈을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로 유익한 곳이다. 특별히 가족이외의 친구관계를 많이 만들지 않는 나로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할수록 자꾸만 일보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일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지도 않다. 그런데 직장동료와의 관계에서 자꾸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꼬이는 것을 경험하게 되니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된다. 잘 지내려고, 좋게 지내려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리다보니 어느 순간 신경이 온통 거기로 쏠렸다. 내 색깔이 사라지고 융화되려고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스위치를 완전히 켜지고 완전히 끄지도 못한 딸각거리는 상태가 되었다.

스위치를 켜 놓든, 꺼 놓든 적절한 동료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라리 완전히 스위치 오프하는 게 맞다. 너무 스위치 온 하고 있으면 에너지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동료는 내가 보살펴 주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신경을 써 줘야 하는 관계도 아니다. 가장 대등한 관계이다. 내가 원할 때 스위치 온/오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오랜 동료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완전히 스위치 오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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