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2% 부족한 비상 진료 의료기관 지정 사업
[의료칼럼] 2% 부족한 비상 진료 의료기관 지정 사업
  • 승인 2022.10.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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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대구시의사회 논설위원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추석날 응급진료로 내원했던 이들이 톤을 높이던 목소리가 자꾸만 되살아나 들리는 것 같다. 갑자기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고 목이 따끔거리면 코로나 19 의심이다. 그런 증상으로 걱정된다면서 내원한 환자 어쩌면 좋으랴.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터라 검사와 처방 가능한 병원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긴 대기 시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왔는데 검사해야 한다고 그것도 검사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다시 가야 한다고 하면 기분이 좋겠는가. 여기저기 알아봐도 코로나 검사하던 병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를 어찌하면 좋으랴. 해열 진통제를 처방해주고 응급진료센터를 전화해서 안내해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명절인 이번 추석 연휴 동안 하루 최소 700개 이상의 원스톱 진료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발표하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검사와 처방, 대면 치료까지 가능한 원스톱 진료 기관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일에는 1743곳, 당일인 10일에는 728곳, 11일 935곳, 12일 2592곳이 문을 연다고 발표하였다. 시군구당 하루에 2곳 이상 원스톱 진료 기관이 운영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건소가 원스톱 진료기관의 역할도 맡고.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조제하는 당번 약국도 하루 500곳 이상 문을 연다고. 당번 약국은 추석 당일 최소 3500곳 이상 문을 여는 등 연휴 기간 동안 3만여 곳이 운영될 전망이라고 하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분만·투석 등 특수치료병상 4000개 가량을 확보했다"며 "추석 당일에도 2300개 이상을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휴 기간 동안 전국 응급실 525곳도 평소처럼 매일 24시간 진료할 예정이고 상당수 민간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추석 당일에는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진료를 이어나간다고 하였다. 연휴 중 운영하는 원스톱 진료 기관과 담당 약국은 코로나19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소상하게 밝혔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명절 기간에는 응급실에 환자가 몰린다. 이번에도 내원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응급 경증 환자는 응급실보다는 가급적 문을 연 다른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발표대로라면 완벽한 대비책인 것 같았다. 대구시도 명절 당일의 소아 및 경증 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비상 진료 의료기관 지정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도 대구시의사회를 통해 추석 전 달 말까지 참여 의료기관 신청을 받았다. 설날, 추석 명절 당일 근무해보니 실상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추석 연휴(9월 9일~12일) 동안 문 연 병원과 약국, 선별진료소 등 의료기관을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약국과 당번 병원도 진료과를 고려하여 어느 정도 맞추어서 짜주면 좋겠다. 지난 설에는 소아용 약이 전혀 없는 약국만 인근에서 문을 열어서 곤욕을 치렀다. 단순한 어린이용 해열제도 살 수 없어서 보호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번 추석에는 어린이 약을 구비한 약국이 문을 열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코로나 진료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픈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생긴 이후로 보건소와 119, 해당 시에 응급 상황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아지지 않던가. 시군구청 홈페이지를 열어보았을 때 응급 당번 병원에 대한 정보가 조금만 더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으면 좋겠다. 명절이나 휴일, 아프면 가장 먼저 119가 떠오를 것이다.

올 추석날에는 대구시에서 정해진 양식으로 기록하여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나 이 부분에도 2%가 부족하였다. 어린이들이 대기하는 소아청소년과에 코로나 19로 진단받은 환자가 찾아왔다면 어찌하면 좋은가. 코로나 진단으로 치료제를 받으려 한다며 보건소에 전화해보니 필자의 병원을 알려 주더라니... 진료가 끝나고 검색해보니 대구시 홈페이지 자료에는 코로나 진료하는 호흡기센터 표시나 코로나 치료제가 있는 약국을 표시가 없었고 동구청 홈페이지에만 있었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비상 진료기관을 날짜 별로 정리해 보니 구별로 없는 날이 있었다. 

매년 있는 명절 연휴 진료 대비 벌써 7년째다. 그 기간에 날짜별로 진료과별로 진료 가능한 범위를 조금 더 일목요연하게 비고란에 적어주면 환자도 안내하는 이도 명확히 알아볼 수 있지 않겠는가. 국민의료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대비책을 세운다면 조금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할 것 같다.

로테이션 방식으로 참여 가능한 병원을 긴 시간을 두고 미리 모집하여 각 지역 별로 어느 정도 고르게 분포하도록 하여 동일한 양식으로 자세하게 안내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대구시와 대구시 의사회, 약사회 등등 해당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당직 의료기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의견을 모으고 조금 더 준비한다면 처방 약과 당번 약국에서 준비한 약도 어느 정도 맞추어 줄 수 있을 것이고 명절 당번 병원도 골고루 품을 팔면서 돌아갈 것 같다. 무엇보다 아픈 시민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갈증을 해소하는 2%의 처방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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