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작가 르네 리트마이어 갤러리 팔조서 국내 첫 개인전
네덜란드 작가 르네 리트마이어 갤러리 팔조서 국내 첫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2.10.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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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울서 받은 느낌은 친절하고 따뜻”
세계 각국 돌며 40여년 활동
도시 이미지 내면 통과 재탄생
작품 표면 종이·나무 등 다양
“시각적 재현 아닌 감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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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리트마이어 작 ‘Korea, Daegu’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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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리트마이어 작 ‘Korea, Seoul’ 연작

미국 뉴욕은 꿈꾸는 자들의 도시이며, 영국 런던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달리 고풍스러움이 넘치는 도시다. 그리고 인도 뉴델리는 다양한 향신료와 신(神)들의 기운이 묘하게 겹쳐지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도시지만 대한민국 서울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다.

“도시마다 중첩된 역사와 문화로 그 도시를 대표하는 주된 정서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나는 도시마다 가진 독특한 정서를 읽어내고 그 감성들을 작업에 반영한다”라는 르네 리트마이어의 말을 참고하여 각 도시를 색으로 표현하면, 뉴욕은 붉은색, 런던은 회색, 인도는 보라, 서울은 초록 그 언저리에 있지 않을까 싶다.

네덜란드 작가 르네 리트마이어는 물감의 질감과 색채 그리고 면이나 선 등의 조형요소들의 구성으로 대상에서 받은 인상을 가시화한다.

실제로 그가 대구에서 3주간 머물며 서울과 대구에서 받은 인상을 캔버스나 종이에 회화로 표현하고, 갤러리 팔조에서 개인전을 시작했다. 전시에는 캔버스 회화작품 13점과 종이 회화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그가 “제 작품은 저와 주변환경과의 대화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주위 환경에서 만나는 대상들과 깊게 교감하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해 왔어요.”

40여년간 작가로 활동해온 리트마이어의 갤러리 팔조 전시는 국내 첫 전시다. 지금까지 팔조를 통해 박스 작업인 ‘Boxs of the Life’ 연작을 선보였지만, 그가 직접 대구에 와서 대구 지역을 대상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작품을 제작하고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그곳에서 느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작업 방식을 고수해왔다.

리트마이어의 작업은 “완전히 ‘비개인적’이고 ‘객관적’인 예술작품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온전히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의지하여 대상과 소통하는 작업 특성상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면에 드러나는 시각적인 결실은 지극히 미니멀적이다. 비개인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의미다. 대상의 내면을 파고든다는 측면에서 개념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미술사조는 그가 구사하는 반어법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개념이나 미니멀리즘의 대척점에 서 있기를 희망한다. “아이디어와 단순한 선(線)으로만 예술작품이 구성될 수 없다”는 생각 아래,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에 기댄다. 미술적인 행위 속에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유감없이 싣는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도 개별성과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전시작들은 서울이나 대구 그리고 경북 청도를 감각하고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는 탐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지역이나 인물 등 주변환경에서 만나는 대상이면 무엇이든 열어둔다. 대상이 어떤 존재든 간에 중요한 지점은 그 대상들이 작가에 의해 철저하게 ‘타자화(他者化)’ 된다는 점이다. 작가의 축적된 지식이나 감정, 경험 등을 기반으로 대상을 자시방식으로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그 대상은 작가 내면의 거울에 대한 비친 하나의 상(像)이자, 그의 자화상이라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작업의 표면은 종이, 나무, 금속 등 다양하다. 이들 표면에 주변 환경과 교감한 정서를 물감과 공간의 조합으로 풀어낸다. 전시된 작품들에 도드라지는 색과 공간들은 그가 느낀 대상들의 추상적인 이미지에 해당된다. 처음 그가 인식한 대상이 그의 내면을 통과하며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게 된 것. 작가는 이런 작업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화가보다 사물(object)을 만들어내는 제작자”로 인식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프랑스의 쇼베 동굴(선사시대 벽화 동굴 유적)에 있는 3만년 된 화가의 손자국에 비유했다. 작품이 단순히 피사체(대상)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너머 자신의 감성과 주관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제게 그림은 저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입니다.”

서울과 대구에 대한 그의 인상은 좋았던 모양이다. 색감이 차분하고 따뜻하다. 그가 “서울과 대구는 안정적이고 사람들은 친절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갤러리 팔조는 행운”이라며 농을 던졌다.

서울과 대구가 사람들이 좋아할 색으로 표현됐고, 작품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다른 나라나 지역의 경우 더러는 거칠거나 어두운 색채로 표현되기도 한다. “거칠든, 부드럽든 중요한 것은 시각적인 매력이 아닙니다. 어떤 피사체(대상)와 저와의 감정적이고 지적인 관계 전달이 관건이지요. 그것이 곧 나와 내 삶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매개로 자신의 존재와 대면하고 있는 리트마이어. 그는 대상과의 깊은 영적 대화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의 그림은 이런 측면에서 추상적인 단순 재현을 너머, 자신의 성찰, 실존에 대한 증명에 가깝다. “직접적이든 작품을 통해서든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시간-공간-존재’가 점점 더 의식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 가는 리트마이어의 갤러리 팔조 전시는 11월 13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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