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대·우려 교차한 대구시의회 첫 정례회
[기자수첩]기대·우려 교차한 대구시의회 첫 정례회
  • 승인 2022.10.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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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 정경부


16일간 일정으로 열린 제9대 대구시의회 첫 정례회가 지난달 30일 폐회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의 작년 결산안, 올해 추경안·조례안 등을 심의·의결하고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의원들은 이번 정례회에서 아주 무기력하게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에 머물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 섞인 시선을 의식한 듯 나름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욕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곳곳에서 보이기도 했다. 각종 기금 폐지 조례안과 한시 조직 설치, 시정특별고문 도입 조례안 등 홍 시장의 역점 사업을 담은 조례안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가 한때 유보되기도 했다.

애초 제9대 대구시의회 구성을 두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총 32명의 시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육정미 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5선, 당 대표, 재선 경남지사, 대선주자를 거친 화려한 경력의 홍준표 대구시장이 ‘파워풀 대구’를 슬로건으로 집행부인 대구시 수장에 오르자 시의회의 존재감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홍 시장이 시정개혁을 명분으로 시의회를 강하게 압박하면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그러나 본 기자가 7월 초부터 시의회에 출입하며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집행부인 대구시가 시정혁신과 개혁을 의욕적으로 일하는데 시의회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일이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되거나 과오가 발생하면 거기에 상응해 강력하게 따지고 추궁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만규 의장은 지난 7월 4일 대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행부의 장이 독주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견제와 대응으로 집행부에 끌려다니거나 거수기 역할을 하지는 않겠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지난달 6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시 신청사 건립지인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일부 매각은 사전에 시의회와 협의가 전혀 안 된 사항”이라며 “시 집행부는 사전에 시 공유재산 매각은 시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소통 없는 일방적 통보는 집행부 견제 기관인 시의회를 무시하는 행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도 의원들은 시정질문을 통해 집행부를 강하게 몰아세우기도 했다. 김대현 의원은 도시철도 순환선 차량 시스템과 노선 변경, 윤권근 의원은 신청사 건립기금 폐지 번복과 두류정수장 터 매각 논란에 대해 홍 시장과 설전을 벌였다. 특히 육정미 의원은 홍 시장과 호통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의회의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홍 시장의 주요 시책에 제동을 걸었으나 유보했던 안건 대부분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결국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시의회가 시정을 견제하는 시늉만 했다는 따가운 비판이다.

정례회가 폐회된 30일 시민단체들이 시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을 대표해 시장과 집행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의회가 들러리를 자처했다”라며 “부실한 심사로 시장의 독주를 막지 않는 의회를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시의회가 보류한 기금·특별회계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은 견제 시늉하다 대구시에 백기 투항한 꼴”이라며 “시의회가 대구시와 한통속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라고 지적했다.

시의회가 비판과 견제라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시민의 대표기관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민들의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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