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환자와 의사의 라포르를 훼손하는 “보험사기 신고” 광고를 중단하라
[의료칼럼] 환자와 의사의 라포르를 훼손하는 “보험사기 신고” 광고를 중단하라
  • 승인 2022.10.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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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호 황금빛학문외과 원장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고 내 몸을 맡기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는 집 근처에 있는 친절한 의사를 택할 것이고 암 환자 등은 친절함보다는 그 병 치료의 권위자에게 치료받으려고 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신뢰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 신뢰 관계를 의학 전문용어로 라포르(rapport)라고 하는데, 라포르의 중요성은 세계 모든 의사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라포르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청, 금융감독원 같은 정부 기관이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와 손잡고 공동으로 보험사기 특별신고 및 포상금제를 광고한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지하철 승강장 등에 게재하고 있는 포상금 광고에 “백내장, 갑상선, 하이푸, 도수치료, 미용·성형 5개 질환에 대하여 보험사기 즉시신고”라는 커다란 문구와 함께 의료기관에서 청진기를 목에 두른 의사에게 돈 가방으로 의심되는 가방을 내미는 사진을 상단에 실었다. 마치 의사가 보험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른쪽 위에 22년 7월 1일부터 12월30일까지 집중 신고 기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병원 관계자, 브로커, 병원 이용 환자가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병원 관계자는 5,000만 원, 브로커(설계사등)은 3,000만 원, 병원 이용 환자는 1,000만 원을 특별포상금으로 준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보험사기 즉시신고”라는 자극적인 문구는 보험사기와 전혀 무관한 대다수 선량한 의료기관까지 보험사기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선입관을 심어주고, 실제로도 국민의 보험사기 신고를 유도·선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5000만 원의 특별포상금을 병원 관계자 내부 신고에 포상함으로써 의료기관 내 종사자의 무분별한 내부고발을 남발토록 하는 등 의사와 직원 간, 그리고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만일 “뇌물 받은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시간외 근무수당과 출장비, 판공비 등을 불법으로 타 먹는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신고해 주세요! 포상금 드립니다”라고 광고를 한다면, 국민은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일부가 문제야, 대다수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선량하니까 문제없어”라고 생각할까? 광고 문안에 보면 “보험사기 특별신고 포상금제 운용 기간을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게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드디어 의사가 조폭 내지는 간첩과 동급으로 취급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보험사기의 첫 단추는 국민 건강 보험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국민은 보험료를 적게 내고 저수가의 보험수가로 적은 의료행위만 보장하고 있다. 국가기관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보험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다양해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보험 결정이 늦어져서 많은 의료행위가 비보험으로 묶여 있다. 좀 더 나은 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의 의료욕구를 민간 보험회사가 실비, 실손보험 형태로 비집고 들어와 해결하고 있다. 민간 보험회사는 이익을 위해서 과대한 의료 보장내용으로 많은 국민에게 일단 보험상품을 팔게 되었고, 보험회사는 세월이 지나자 보험상품 설계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지출이 늘어나 수익이 급감하게 되었다. 그 손실을 메우고자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게 손을 내밀어 의사 집단을 보험사기 집단으로 보이도록 포상제를 하게 된 것이다. 보험상품의 설계상의 허점과 수익구조를 잘 알고 있는 보험업계 종사자(보험판매자)들이 브로커가 되어 보험사기를 기획하고 범죄로 유인함이 보험사기의 근본적인 문제인데도 말이다.

그동안 거의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문제가 있는 극히 일부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해 사법 당국에 해결을 요구하였다. 그런데도 사법 당국은 이일 제대로 해결을 못 했으면서 경찰청, 금융감독원 같은 정부 기관이 선량한 대다수의 의사를 사기꾼으로 생각나게 하는 광고에 대해 기획, 집행에 관여한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정이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健康權) 중 중요한 의사와 환자의 라포르를 해치는 커다란 실수를 이제는 그만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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