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답고 독창적인 한글 파괴 어디까지…
[사설] 아름답고 독창적인 한글 파괴 어디까지…
  • 승인 2022.10.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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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9일은 576돌 한글날이다. 1926년 ‘가갸날’을 기반으로 1928년 제정됐다. 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의 말과 글의 힘이 곧 우리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정부는 공공기관, 언론과 함께 공공언어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쉬운 우리말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오늘날 한글은 그 이름처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1차 세계문자올림픽과 2012년 2차 올림픽에서 한글이 1위였다. 전 세계에서 한글을 배우려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고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한글이 한국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생활 속의 한글은 갈수록 천덕꾸러기다. 상가건물 이름은 국적불명 일색이고 우리말 이름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이나 PC통신 채팅방에 들어가면 기성세대들이 알 수 없는 언어들뿐이다. 맞춤법과 한글표기준칙은 아예 무시되고 표준말은 찬밥 신세다. 외국어와 우리말을 합성한 국적불명의 언어와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문자들이 그득하다. 「‘안냐세요’. ‘하이염’, ‘안습’, ‘듣보잡’, ‘돼랑이‘, ’꼬방시다’, ‘찍먹?’, ‘X나게 기분 나쁘네!’ 등 도무지 알 수 없다.

방송언어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은 한글 파괴의 최전선이다. ‘하나도 없다’는 말은 ‘1도 없다’라고 쓰는게 보편화됐다. ‘그런데’를 ‘근데’로 쓰는 건 약과다. 방송화면 제일 위에 ‘스트릿맨파이터 메가크루 퍼포먼스’라고 쓴 것은 대학생도 모르겠다고 한다. ‘Œ’·‘뮈안해’(JTBC 아는형님), ‘드루와’·‘뷰리full’(MBC 전지적참견시점), ‘갓창력’·‘행사러’(KBS2 해피투게더), ‘Aㅏ그렇구나’·‘짜롼당’(MBC every1 주간아이돌), ‘1도없는’·‘씐나씐나’(코미디TV 맛있는녀석들), ‘밥동둥절’·‘혜무룩’(tvN 놀라운 토요일)... 이걸 어떻게 알아 듣나.

정부도 한글 파괴의 공범이다. 국민들에게 친숙한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민원도우미’는 ‘옴부즈맨’으로 바꿨다. 대구시 홈페이지에는, ‘시크릿메이커파이터’ ‘청소년 행복페스티벌’ ‘DJ데이터허브’ ‘대명자이 그랜드시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의 일이 다 거칠어진다“는 주시경 선생의 말을 되새길 때다. 국민을 계도해야 할 방송이 언어파괴에 앞장서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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