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수요칼럼]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승인 2022.10.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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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상호 교류를 통해 정서적 경험을 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정서적 교감이 메말라지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동안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고 교감하던 가족 같은 반려동물과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겪게 되면 누구나 큰 아픔을 겪게 된다.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복제동물로 환생시키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사람은 복제동물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만, 복제동물은 어미로부터 유전인자는 물려받았지만, 그동안 반려인과 함께했던 정서적 교감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은 반려동물과 복제된 반려동물 사이에서 정서적 혼란을 겪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인간은 복제동물처럼 만들어진 AI(인간지능) 인간과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한 의문을 풀게 해 준 것이 뮤지컬 유앤잇(you & it)이다. 뮤지컬 유앤잇은 2019년 딤프(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인 지역공연예술극장 꿈꾸는씨어터 공연장에서 공연은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뮤지컬 유앤잇은 지역사회에서 장소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북성로 삼덕상회를 배경으로 쇠를 만지는 주물 기술자와 흙을 빗는 도예가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

어느 날 남편 규진은 도예가였던 사랑하는 아내 미나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 보냈다. 각자의 작업실이었던 1층과 함께 생활했던 2층,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아내와의 추억으로 괴로워하던 규진은 죽은 아내를 복제한 AI로봇을 주문한다. 그러나 남편 규진은 아내 미나를 대체한 AI로봇과 함께 살면서 교감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사랑한 미나와 새로운 로봇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본인이 로봇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미나는 그런 규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복제된 로봇 아내인 미나와의 정서적 차이를 풀기 전에 다시 로봇 아내가 초기 화면으로 재설정되었을 경우 그와 함께 했던 기억들에 대한 남편 규진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한다. 이 작품은 인간지능(AI)과 로봇기술이 발전한들 그것으로 떠나간 사랑을 되돌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진다.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존재로 스며들고 있는 시점에 뮤지컬 유앤잇은 무엇이 사람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 고유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이러한 기억 상실 문제가 현실에도 존재한다.‘가장 잔인한 이별’이라고 불리는 치매이다. 치매는 뇌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랑하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잔인한 이별이라 한다. 우리 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현재 추정치매 환자는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약 88만명이며, 이것은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수치다. 앞으로 초고령화 추세에 따라 치매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약 300만명을 넘어 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매는 주로 기억력 저하 및 지남력 상실 등의 초기 증상을 시작으로 말기에 이르면 인지기능 장애가 심각해지고 최소한의 개인위생도 유지하기 어려워 지속적인 감독과 간호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가족은 치매노인을 지속적으로 간호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치매노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생활을 하게 되며,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은 돌봄 제공자로부터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치매노인은 노인요양시설에서 제공되는 일상생활 및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으며 우울과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보다 웃음, 편안한 표정 등의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치매노인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도록 돌봄 제공자와의 대화를 늘리거나 미술요법, 음악요법 등 흥미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등 치매노인의 감각적, 육체적, 사회적 자극 등을 제공해 주므로 어떻게 보면 오히려 집에서 관리하는 것 보다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경험하고 교감해왔던 소중한 기억들을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가장 큰 아픈 상처가 될 것이다. 또한 치매노인은 익숙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나타난다. 이처럼 반려동물이나 AI로봇으로 복제된 사람이 외로움을 덜어 줄 수는 있지만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잊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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