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주룩주룩 억수같이 쏟아진다
모처럼 반가운 여름비가
퍼붓기 시작하면 무작정 비 구경하며
일상의 잡념을 날려 버린다.
그대 ! 새벽이슬 맞고 금방 달려온 듯
세월이 흘러가도 때 묻지 않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
여름비 구경하며 그대 생각을 하면
어느 새 내 안에도 꽃비가 스며들고
턱 턱 숨 막히던 영혼도 맑아진다.
오늘은 창밖으로 내리는
여름비 보면서 멀리 있는 그대 생각에
하염없이 잠겨 보는 날
그대 !
오늘도 행복하오
평안한 시간 보내오.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엔 가끔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날도 있다. 창을 적시며 쏟아지는 빗님은 혼자 오는 게 아닌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을, 또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과 새로운 각오까지 새울 수 있도록 함께 오고 있다. 굳이 무엇을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스며들어 영혼은 맑아지고 잡념은 사라진다. 나 아닌 그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을 씻어주는 시원한 여름비에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정리한다. 그대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보기도 하면서.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