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를 줄여도 되나요?
[교육논단] 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를 줄여도 되나요?
  • 승인 2022.10.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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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얼마 전 울산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에 대한 투자, 전면 무상교육의 실현,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마련 등을 위하여 예산이 더욱 투자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서 학령인구의 감소를 근거로 들어 초·중등교육의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반대다. 사실상 교육단체 모든 곳이 개편안에 대하여 반대하고 있다.

교육재정이란 국가사회의 공익사업인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 배분, 지출, 평가하는 일련의 경제활동을 말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서는 재정의 확보 및 배분의 대상을 17개 시도의 초·중등교육으로 명시되고 있다. 특히 제정 목적인 1조를 통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는 이유를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교육청의 예산이라 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은 중앙부처 수준에서 확보한 국가지원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 교육부 자체 수입 등으로 분류된다. 국가지원금에는 내국세분 교부금과 교육세 전액을 17개 시도로 배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국고사업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지방자치단체 전입금은 지방교육세, 시도세 전입금 등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재정이다. 학생 1인당 교육투자액은 지방자치단체별로 꽤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2019년 한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시도별 투자액 중 최저와 최고 금액의 차이가 2.5배 이상이 난다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각 지역의 교육재원 확보 면에서는 단위 주체의 자구능력이라기 보다는,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방교육재정을 중앙에서 대부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기획재정부의 개편안에 따라 중앙으로부터 지원되는 기본 교육경비가 줄어들게 된다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스스로 재원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고, 이는 곧 지역 간의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교육에 대한 지원이 다른 곳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교육재정은 다양한 원리들이 적용되고 있는데, 공정성의 원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교육재정은 지역이나 교육청의 재정적인 능력 차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공교육의 질적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재정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철저한 고려 없이 교육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공교육의 차별만을 낳게 된다.

더불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이 학급 수, 교직원 수의 변화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도 있다. 사실상 교육재정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로 사용된다. 학급 내 학생 수 적정화 정책 등으로 교원, 행정직, 기타직 등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예산을 감액할 수는 없다. 작은 학교는 많아지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의 학교의 역할만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모든 학교를 통폐합할 수도 없다. 오히려 학령인구의 변화를 반영하여 새로운 정책적 혁신들이 시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앙집권적 재정의 형태 역시 향후 고려하여야 할 문제이긴 하다. 지방교육재정의 80% 가량의 예산이 중앙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구조 자체가 순응적일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대책 없는 감액보다 지자체와의 연계나 협력 강화, 재정에 대한 혁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부금 제도를 개선,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책 없는 감액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일련의 고민들은 교육자치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사실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논리적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학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예산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이 적으니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육 지원을 줄여서 맞추자는 이유는 더더욱 뚱딴지같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줄여도 좋은가? 특히나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이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다면 그 아이에게 1/10만큼의 경비를 들여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느 누가 생각하더라도 경제적인 논리로 갖다 댈 수 없는 문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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