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지나며
탈진한 몸 추스리다 문득
종점을 떠올린다
식어가던 열기
덮쳐오는 싸늘함에 흠칫
절제할 수 없는
두려움일 게다
자연은 무심한 듯 변함없다
나는 자연인이 될 수 없다
이제 단풍지고
앙상한 가지 드러낸다 해도
나무는 절망하지 않는다
몰아쳐 온 바람도
뜨거웠던 햇볕도
온 천지 덮을 겨울 적막함도
되풀이되는 일상
세월 넘어 부질없는 욕망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울 따름이다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희망을 주는 9월이다. 한 여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시원한 가을을 앞 세워 오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순환이 있다는 게 우리들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나간 시간도 다가올 시간도 원망하거나 미리 앞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살아가는 일들이 모두 경계에 서 있다. 판단하거나 결정해야 할 일은 경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정을 짓는 순간, 경계의 정점에 달 할 수 있는 만큼, 9월의 경계에서도 최고로 멋진 생의 정점을 찍어볼 일이다.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