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CEO탐방] 이대형 세계실업㈜ 대표, “대한민국 산업현장 안전 우리가 책임집니다”
[휴먼 CEO탐방] 이대형 세계실업㈜ 대표, “대한민국 산업현장 안전 우리가 책임집니다”
  • 강은주
  • 승인 2022.10.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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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서 자란 가난한 산골소년
없는 길 만들어 여기까지 와
경영자 통찰력이 기업 성장 열쇠
나 스스로 변해야 세상도 변해
산업환경 안전장비 전문 기업
임직원 20명 연매출 100억 규모
회사 핵심가치는 ‘인간 존중’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되고파
이대형사진
이대형 세계실업(주) 대표. 회사 회의실 벽에는 직원들이 손글씨로 쓴 로드맵 메모가 삐꼭히 붙어있다.

세계실업(주)은 산업환경 안전장비 선도기업이다. 철강·조선 등 뿌리산업계에 각종 청소장비와 안전장비 등을 보급하고 있다. 대구 북구 검단공단로에 있는 세계실업(주) 본사 회의실에서 이대형(60) 대표를 만났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회의실 벽면이었다. 손글씨로 만든 직원들의 로드맵 자료가 벽면을 빼꼭히 메우고 있었다. 들여다보니 형식은 아날로그인데 내용은 첨단이다.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기분이랄까. CEO를 읽어주는 단서가 되었다. 이대형 대표는 경영학 박사다. 현재 (사)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대구경북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며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CEO로서의 완벽한 뒷면에 숨겨져 있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한다.

-세계실업(주)은 어떤 회사인가.

△산업환경 안전장비 전문기업이다. 산업용 청소장비와 고압세척기, 냉난방기, 안전장벽, 고소작업대 등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를 취급하고 있다. 대구 본사와 서울영업소를 두고 제조·도매, 서비스센터를 겸업하면서 다수의 엔지니어를 두고 있다. 임직원 20명, 연 매출 100억원이다. 현재 정부의 환경규제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산업환경·안전설비 수요가 증가세다. 안전장벽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제조 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인간 존중을 추구하고, 작지만 강한 기업이란 평을 듣고 있던데.

△1994년 산업용 청소기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법인전환, 2003년 지금의 검단공단 사옥을 신축했다. 회사 모토(좌우명)는 ‘환경’과 ‘안전’이다. 미션(임무)은 ‘산업현장 안전은 우리가 책임진다’며, 비전은 ‘대한민국 산업 환경 안전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최고란 매출뿐만 아니라 직원 복지, 근무조건, 환경, 고객과의 가치, ESG 경영 등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회사가 되자는 것이다. 코어밸류(핵심 가치)는 ‘인간 존중’이다.

-경영학 박사답게 정의가 깔끔하다. 국내 산업환경 진단은.

△산업현장에서 추락사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다. 나는 일찌감치 선진국 산업현장을 견학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산업현장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호공단 연수원에서 추락사 방지와 사고를 줄여보자는 사명감으로 7년 정도 강의도 했다. 우리나라 제조 산업현장과 물류센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람과 차량 동선이 노란 실선으로 구분되어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는 장애물을 설치해서 사람을 우선 보호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법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서 이런 장애물과 추락사 방지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위해 세계 굴지의 제품을 발굴해서 국내에 선보였다. 중소기업인 처지에서는 사실 이 정도만 유지했으면 좋겠다. 단일품목이 1천억원이 넘어가면 대기업이 관심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장이 더 커지면 골목상권 피해처럼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을 쓸고 다녔다. 난로 문화를 바꾸었다.

△일을 시작하던 35년 전, 우리나라에 일본·미국 가정용 청소기가 선보이던 시절이었다. 아직 삼성·LG에서 청소용 제품을 만들기 전이었다. 가정용 청소용품도 생소하던 시절에 공장에다 산업용 청소 장비를 팔겠다고 덤벼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공장에서 사람이 빗자루로 쓸면 되지 누가 청소용품을 돈 주고 사겠느냐”라며 핀잔을 줬다. 정신 나간 사람 취급도 받았다. 문전박대에 설움도 많았다. 우리 회사는 기타상품으로 냉난방기도 취급한다. 혹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냉난방기를 관심 있게 본 적 있는가. 여름철 산업현장은 매우 덥다. 천고가 높아서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부분적 냉방기가 필요하다. 이것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접목했다. ‘쾌적한 고속도로 휴게소 환경을 위해 난로 문화를 바꾸자’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정부 지원사업으로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다.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다.

-산업환경 안전 분야의 선구자이다. 이 길을 걷게 된 동기는.

△1987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한국법인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입사 서류도 많았고 아주 까다롭게 챙겨 보는 회사였다. 18개월간 영업사원을 하고 관리직으로 발령받았다. 이후 부사장이 “직접 사업을 해보라”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대리점을 받아 나온 것이 세계실업이다. 나는 승부욕이 강했다. 일 앞에서는 임전무퇴 자세였다. 영업사원 시절 오더를 못 받아 성질이 나서 화장실 문을 부순 일화도 있다. 지금은 아주 부드러워졌다. (웃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할 수 있을까.

△나는 김천시 부황면 백두대간 자락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3남매 중 맏이였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했다. 가난하고 평범한 성장기를 보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김천으로 나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등록금이 없어서 담임선생님께서 아버지께 전문대라도 보내라고 했다. 사업을 하면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총각 시절 반지하 방에서 자취했다. 공동 수도 시설에 연탄불에 찜통을 올려 물을 데워서 씻었다. 밥하고 콩나물국 끓여 방으로 들어가다가 쏟아버리는 바람에 발등에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도 가지 않고 출근부터 했다. 그야말로 내 삶은 일이 전부였고 악바리였다. 당시는 부모님이 공부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취직되자 아버지께서 새끼돼지 10마리를 팔아서 30만원을 보내주셨다. 사글세 25만원 내고 나니 수중에 5만원이 남았다. 출근하려니 양복이 필요했다. 그때 6촌 형님이 서문시장에서 옷감을 사서 양복을 만들어 줬다. 사업 시작 단계에 돈이 없었는데 2천만원 대출 보증과 자금 위기 때마다 보증을 서주었다. 6촌 형님은 대구 북성로에서 자수성가한 분이다. 집안 전체를 아우르며 정작 본인은 희생의 삶으로 점철하신 분이다. 이 형님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내게는 작은아버지와 같다.

10월 4일은 회사 창립기념일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일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한겨울에 난로도 없이 지냈다. 몇 달간 연구만 했다. 회사 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경비아저씨가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러 왔다”며 노크했다.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다시 가서 그때처럼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가난한 산골 소년이 없는 길을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은 나를 까다롭다고 한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다루다 보니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게 돼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힘들게 살아왔기에 힘든 사람의 고통을 안다. 회사가 자리 잡히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41살 때였다. 로터리 클럽 회장, 중소기업 융합 하나로회 회장, 올해 1월 메인비즈협회 대구경북연합회장직을 맡았다.

-평소 경영 철학이 있다면.

△사업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위기에 봉착한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었고 지금도 위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원자잿값 상승, 미국금리 인상과 환율 폭등 등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 기업은 경영자의 통찰력이 성장의 열쇠다. 나는 직원들에게 경상도 말로 ”뭐꼬, 와, 우아꼬, 그라면 하자“라고 말한다. 문제는 무엇인가(뭐꼬), 문제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와), 가능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우야꼬),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인가(그라면 하자) 이렇게 4단계로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한다. 경영자는 회사 전반적인 일을 알아야 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기업인으로서 희망 사항은.

△직원이 부자가 되면 제일 좋겠다. 사업이 잘돼서 직원과 동반 성장을 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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