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오픈 시네마 최다 관객 달성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BIFF 오픈 시네마 최다 관객 달성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김민주
  • 승인 2022.10.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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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명 기립박수 이끌어낸 ‘대환장 파티’
어느 날 마주한 다른 우주
남편은 ‘영웅’ 딸은 ‘절대 악’
나는 ‘악’에 대항할 인물로…
멀티버스 구하는 여정 다뤄
전통적인 방법 무시한 전개
기발한 상상력·유머에 넉다운
지금의 나는 내가 선택한 것
후회 말고 사랑하라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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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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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요즘은 사람의 성격유형을 판단하기 위해 어김없이 이 질문이 나온다. “혹시 MBTI가 뭐야?” MBTI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지표를 기준 삼아 사람의 성격을 16개로 나눈다. 이 중 N 유형은 ‘만약 내가 ~라면?’ 이란 상상과 질문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만약’이라는 세계.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을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멀티버스(다중우주)에서 정신없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영화 속 ‘미친 상상력의 파티’를 보고 나면 위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머릿속에 절로 떠오를 것이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남자친구를 따라 미국에 온 에블린(양자경)은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살자고 여기를 왔나’ 하루에도 열두 번씩 후회를 하는 중국계 이민 1세대 아줌마다. 그녀는 지금이 인생의 고비이고 최악의 순간이다.

타지에서 고생스럽게 일군 세탁소는 세금 문제로 날아갈 판이고, 하나밖에 없는 딸(스테퍼니 수)은 자신의 커밍아웃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는 엄마에게 화가 나 있다. 착하지만 강단 없는 남편(키 후이 콴)은 옆에서 조잘조잘 조언을 해가며 에블린의 심기를 건드리고 심술 맞은 아버지도 부양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받기 위해 가족들과 국세청을 찾아간 에블린은 담당 직원(제이미 리 커티스)의 알아듣기도 힘든 영어 맹공격을 듣던 중 다른 우주에서 온 용감한 전사 남편 ‘웨이먼드’를 만난다. 이 순간, 에블린의 눈앞에 멀티버스가 열리고 그녀는 수많은 자신이 다른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그녀가 무한한 다중우주의 절대 악 조부 투파키에 대항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에블린이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항상 윽박지르기만 한 결과 딸이 조부 투파키가 되었으니 에블린만이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지금의 그녀는 수많은 우주 속 에블린 중 가장 최악의 선택만 한 에블린이기에 모든 멀티버스의 에블린으로부터 능력을 빌려 온다면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에블린은 멀티버스의 운명과 딸과의 관계를 모두 구하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선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멀티버스(다중우주)를 소재로 하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나를 쉽게 버리지 않았다면,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미국으로 건너오지 않았다면….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선택에 따라 또 하나의 우주가 생성돼 한 인간은 수만 개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두 개의 우주가 네 개의 우주가 되고, 여덟 개의 우주가 점차 늘어나 결국 무한개의 우주가 생성되는 것이다.

최근에 주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차용하고 있는 이 설정은 나와 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존재하는 다른 우주가 존재하며, 어떤 계기로 서로 연결되거나 만남을 갖게 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멀티버스의 형식을 가져오되 풀어내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상천외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에 허를 찔리고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핫도그, 베이글, 소시지, 바위 등의 생각지도 못한 소품의 활용은 ‘화양연화’ ‘라따뚜이’ 등 여러 작품의 패러디 혹은 오마주와 혼연일체 되어 객석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신선해서 빠져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사와 빠르게 편집되는 장면들, K팝 스타 못지않은 차림새로 등장하는 빌런, 신종 팝아트처럼 낯설게 퍼져 나가는 영상의 향연에 번뜩 눈이 떠진다.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를 뻔뻔하게 무시하고 B급 유머가 범벅돼 한국에서는 취향을 탈 수도 있는 소재일 수 있지만,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상영 당시 4천여 명의 관객이 몰리며 오픈 시네마 개최 이래 최다 관객 수 신기록을 달성했다. 새로움에 눈을 뜬 관객들은 영화 상영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소리 높여 환호하며 영화에 대한 찬사를 표했다.

좋은 의미로 ‘대혼돈’에 가까운 상상력과 창의력의 집합체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이야기 진폭은 사실 상당히 넓다. 가족 드라마임과 동시에 친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의 멀티버스를 동시에 지닌 엄마와 딸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 축이다. 사실 에블린처럼 오랜 기간 숨 가쁘게 살아온, 혹은 원하던 삶을 살아내지 못했던 이는 다른 이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친절하기 어려운 상대인 가족에게 어떻게 친절할 수 있을까? 가족은 동질적인 이들의 집합이라 여겨지지만 실은 서로 다른 이들의 랜덤한 교집합에 가깝다.

세대, 젠더, 성적지향, 지역 등의 사회적 차이들은 당연하게도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족 내에서도 발생한다. 어떤 차이들은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넘어서는 순간 침범이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없는 것처럼 상대를 대할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익숙한 답변을 내릴 수밖에 없다. ‘수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하기’ 이 영화는 결국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할 수 없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지겹도록 들어온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이 영화는 그것의 좋은 예시 중 하나다.

지금의 내 모습은 결국 과거의 수많은 기로에 서서 선택을 한 결과일지니, 순응하고, 아끼고 사랑하라. 어차피 어떤 멀티버스에서도 우린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을테니.

김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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