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텃밭서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힘들지만 행복해요”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텃밭서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힘들지만 행복해요”
  • 노용호
  • 승인 2022.10.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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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가을에 만난 소소한 이야기들
도시농업 이야기
대구농업마이스터고 근처 주민
농지 임대받아 텃밭 농사 구슬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늘었죠”
몸 아파 고생해도 즐거운 표정
내 이름은 바람둥이
화왕산 자락 위치한 ‘숲속애학교’
학생들 자연의 이름 하나씩 가져
“바람 좋아하는 귀염둥이에요”
도시농부5
대구농업마이스터고에 조성된 텃밭에 시민들이 가꾼 각종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도시농업 이야기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농업마이스트고교에 가면,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10평 씩 농지를 임대받아, 텃밭 농사를 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밭들을 유심히 보니 가지, 들께, 케일, 상추, 고추, 파 등이 많이 자라고 있었고, 중간 중간에 제법 많은 분들이 분양을 받고는 심는 것을 중도에 포기한 밭들도 눈에 띄였다.

아침 일찍 나온 분들을 몇 분을 만났다. 김명순이라는 분은 텃밭에서 자란 채소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직접 농사를 했다며 신기해한다고도 말했다.

두둑이 아주 높은 밭을 보았다. 나는 “야아~ 두둑이 매우 높네요” 라고 말하니, 그 밭의 여자분이 하는 말 “남편이 무리하여 몸살 팔이 아파 몇 달을 고생했어요” 라고 말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콩 농사가 아주 잘된 곳도 있었다. 밭 전체에 콩만 심은 것이다. 콩이 가득하다. 예술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 그 밭의 아주머니가 “얼마 안되지만 집에 가서 먹으라”며 콩들이 많이 열린 2그루를 주셨다. 나중에 그 분이 나를 아신다고 하셨다. “그래요?” 하고 반갑기도하고 궁금도 하였다. 알고 보니 대구의 중앙치매예방협회의 우포 방문에서 만난 분이었다. 세상이 좁다. 너무 착하게는 못살아도 기본은 해야 한다.

한곳은 부부가 와서 케일 등 다양한 식물들을 심으셨다. 남자분이 약을 치는게 아닌가? 궁금해서 “그게 뭐에요?”하고 물어보니, 진딧물 퇴치제라 했다. 나는 “그것은 무엇으로 만들었나요? ” 하고 물으니, 마요네즈에 식초를 넣어 만들었단다. 친환경 진딧불 퇴치제로 사용된단다.

잠시 후 그 남자 분은 다른 밭에 심은 배추에 벌레 먹은게 너무 많은 밭에 가서 약을 처주셨다. 나는 너무 심하게 벌레가 먹은 부근의 밭을 보고는 진딧물 퇴치제가 생각났다. 그 밭의 주인분에게 진딧물 퇴치제를 가진 분께 약 좀 처달라고 말씀하시라고 했고, 마음씨 고운 그 퇴치제 주인은 두 말 않고 약을 처주신 것이다. 아침부터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2평반 밭 농사 이야기

대구시 수성구의 덕원고등학교 위로 가면 욱수계곡이란 곳이 나온다. 깊은 산이 있어서인지 4계절 내내 하천에 물이 흘러내리고 중턱에는 작은 폭포도 있다.

욱수계곡 가는 곳에 주민들이 밭을 일구어 다양한 크기로 농사를 한다. 5평도 안되는 작은 밭에서부터 200평은 되어 보이는 다양한 크기로 농사를 직접 짓고 있다. 나도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었다. 오랜 바람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놀리는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 태풍이 불어 물이 넘쳐 뭍을 건너는데 사용되는 바위가 물의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몇 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그곳 옆에 작은 밭이 있었다. 운동을 위해 자주 지나가는 곳이기에 여러번 본 곳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곳이다. 1달정도 게속 보고 있었는데, 주인이 손을 댄 적이 없는 작은, 2평반 짜리 정도의 밭이 그대로 놓려져 있었다.

옆의 할아버지를 보니 닭똥을 갔다놓고 비닐을 덮어 멀칭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부부가 와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 옆 방치된 작은 밭에 관심이 갔다. 나는 돌들을 올리고 풀들을 정리하여 거름 만들었들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또 다른 날은 태풍으로 떠밀려 온 큰 나무가지와 제법 큰 돌을 옮겨 내가 돌보는 곳이라는, 주인이 있다는 표시를 나름내었다. 3시간 정도 하니 제법 주인이 있다는 표시가 났다.

고등학교 선배 1명과 동기 1명에게 드디어 욱수계곡에서 작은 텃밭을 마련했다고 이야기하였고, 점심을 같이 먹은 날에 보여주기로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좋아하였다. 운동도 되고 여러 면에서 좋았다.

다음날 가서 정리를 더 하였다. 호박이 전공인 농업박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드디어 형태가 갖추어졌다고. 와서 보더니 멋지게 되었다고 하더니 같이 하자고 하였다.

며칠이 지나, 욱수계곡의 그 작은 밭에 가니 <밭에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개간한 일부 땅에도 붉은색의 줄을 사용하여 들어가지마라는 표시를 해 놓았다. 열매를 맺기 직전의 들깨들은 다 없어지고 머구(머위)만 남아 있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운동한 셈치자고 좋게 생각했다.

2평반을 같이 나누어 사용키로 한 친구에게 “우리 밭 잃어버렸다. 주인이 나타났네” 라고 말하니 “주인이 어디있냐 자기 땅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천 위 길옆에 이름 모를 풀들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그곳을 개간하기로 하고 먼저 이전 밭에서 날라온 나무들과 돌들을 옮겨 울타리를 만들었다. 돌나무란 식물이 버려져 있어 불쌍했다. 그냥두면 말라죽을 께 뻔하였다. 옮겨 심었고, 물을 주었다. 2시간 정도 하니 제법 모양이 갖추어졌다. 2평반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개간 중이라고.

◇바람둥이와 산들둥이 이야기

지인인 서영예씨는 화왕산 자락에 ‘숲속애학교’를 1여 년간 운영중이다. 대구의 집을 팔아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환경교육을 위헤 창녕의 화왕산 밑에 집이 있는 건물과 땅을 마련하고 수리도 했다. 이 집이 이전엔 유명한 오리백숙집 이었다는데, 쓰레기가 엄청 많아 치우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숲속애학교를 방문하니 화욍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너무도 맑고 맑아서 부럽고 잔디광장도 멋지다. 집 옆의 계곡에는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인 버들치도 사는 환상적인 곳이라 누구나 오고 싶어 할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아무나 사용할 수는 없다. 아무에게나 장소를 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에게만 방과 시설을 사용하게 하고 임대한다.

멋진 풍경이 훤하게 보이는 곳에 앉으니, 서영예 교장이 캠프에 참석한 어느 초등학교 학생이 매우 특이했다고 이야기한다. 참석한 학생들에게 이름 외에 나무나 풀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이름을 가져보자고 하니, 초등학생 아이들은 자신의 자연 이름을 잠자리와 소나무 등 다양하게 이름을 골랐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남자아이가 자신의 명찰에 바람둥이라 적은 것이 아닌가? 엉뚱해서 물어보기를 주저하다가 너무도 특이해서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단다. 이 학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자신은 ‘바람을 좋아하는 귀염둥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 그래? 야아~ 멋지구나 바람둥이야~.

켐프가 끝나고 어머니가 그 아이를 데리러 왔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 자녀의 이름이 바람둥이라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엄마는 당황해하며 “아휴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었니?”하고 꾸중하듯 물었다고 한다.

서영예 교장이 “너무도 멋져요. 바람을 좋아하는 귀염둥이를 뜻하는 거라 하네요” 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그제서야 “아그래요?” 하면서 활짝 핀 얼굴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너무도 멋진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기록했다. 대단한 아이구나. 그 학생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 학생이 보고 싶어졌다. 그날 같이 와서 그 이야기를 들은, 글쓴이의 친구 정상수 시인은 “산들둥이는 어떨까?” 하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물어보니 가을에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하는 귀염둥이라는 뜻이란다. 아이가 바람둥이라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놀림감이 될 수도 있으니 산들둥이라고 하면 누구도 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자신의 이름은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또는 작명가가 지어준 이름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 자신이 지은 이름이 아니다. 자연을 사랑하거나 관심이 있거나 자연을 지키는 일 등의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누구나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자연의 생물 하나를 골라서 이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 혼자 만이 아닌 나의 손자와 손녀들에게도 자연의 이름을 지어주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멋진 가을의 정취 속에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께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자연 이름을 하나 가지면 어떨까? 자연 감수성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별명을 갖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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