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정치
[데스크 칼럼]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정치
  • 승인 2022.10.18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청 부국장
국정감사가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국감은 오롯이 ‘정쟁의 장’에 머물렀다. 국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부가 올바른 길로 가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국감이 여와 야의 다툼으로 시작해서 상대 흠집 내기, 종국엔 막장의 욕설들로 도배됐다. 이러니 국민들은 배신감만 느낀다. 정쟁 때문에 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은 패대기 쳐버렸으니 ‘국감무용론’까지 이는 마당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가 같은 에너지 값이 급박하게 치솟고,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르자 연준이 초고속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방어를 위해 이를 추격, 빅스텝을 연속해 밟으면서 시중 금리가 천정부지로 솟았다. 부동산은 침체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세계화 속 세계경제와 연동이 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격이다.

엄중한 경제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릴 방도를 찾아달라고 정치인들에게 주문한다. 하지만 정쟁에 함몰된 국감장에서 정치인들에게는 이 다급한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국감은 대체로 감사원의 편향적 감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혐의와 수사, 김건희 여사 의혹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논란,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대립, 식민사관을 앞세운 역사 논쟁 등 거의 정치적 쟁점 위주로 거의 진행되고 있다. 경제위기 속 통화나 재정정책에 대한 궁리를 주고받는 정책의 공방은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이 한심함과 불안함이라니.

대통령 지지율은 죽죽 떨어지더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쇼 덕분인지 최근 다소 오르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기어 다니니 정부 정책도 좀체 힘이 실리지 않는다.

전 정부의 과오가 크니 새 정부의 허물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의식, 직전 정부의 실책이 새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적인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이라는 여당의 믿음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반대로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는 외면한 채 늘 그랬듯 편 가르기와 남 탓만 주구장창 해대는 야당의 행태도 웃기는 일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집중할 문제는 다름 아닌 ‘경제 살리기’다. 이것만 잘해도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와 환영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가 정치를 이긴다’는 말이 있고, 과거 경제를 살려 온 정부와 대통령, 정당은 늘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결국 국민이 정치인을 이긴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정치는 오로지 자기만 정의롭다고 외치는 자들로 넘쳐난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한 말만 늘어놓는 정치꾼, 권력만 탐식하는 자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다.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부터 살피는 게 정치인의 바른 걸음이다. 그런데 그 본분은 완전히 무시한 채 갈지자로만 걷고 있으니 주변에서 보기에 위태롭기가 짝이 없다.

나이 60이 넘어 걷는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른 걸음걸이를 무시한 채 평생 제 식 대로만 걷다가 틀어진 자세 탓에 건강까지 틀어지게 되자 그제야 처음부터 걸음마 연습을 다시 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예순이 넘어 옹알이 연습을 다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국회의원님들도 올바로 걷는 연습을 다시 해야 한다. 국민들이 경제가 흔들리지 않기를 원하면 경제의 걸음걸이를, 국방이 든든하기를 원하면 그에 맞는 걸음걸이를 걸어야 한다. 당과 이념만 내세우며 걷는 것은 바른 걸음걸이가 아니다. 비뚤게 걸으면서 남 탓을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걸음걸이를 먼저 고쳐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걸음을 걷는 것이 바른 걸음걸이다. 살기가 팍팍한 국민들은 지금 경제 회복을 가장 원한다. 지금이 경제가 정치를 이기는 딱 그때다. 융통성 없는 한국 정치인들은 강물에 빠트린 보검을 찾겠다며 뱃머리에 표식을 해 두고선 배가 강기슭에 닿아서야 그 표식 자리 밑에서 보검을 찾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