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카카오 먹통 사태가 주는 교훈
[수요칼럼] 카카오 먹통 사태가 주는 교훈
  • 승인 2022.10.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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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부터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대한민국 전체를 불편하게 만든 초유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의 중단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관련 사업들을 마비시켰으며, 이는 곧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카카오 서비스의 마비는 온라인 서비스가 일종의 새로운 안전사고이자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서비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위험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업무 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업무 연속성 계획(BCP)이란 재난 발생 시 데이터 백업과 같은 단순 복구뿐만 아니라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 보장 및 핵심 업무 기능을 지속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미리 조성해 두어 어떠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카카오는 업무 연속성 계획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 보장은커녕 단순 복구 및 데이터 백업도 조속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재난 시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화재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들린다.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보다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재난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만일 화재가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대응 결과에 큰 차이가 있었을까?

문제는 이러한 위험성이 단지 카카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업무 연속성 계획(BCP)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가? 설령 구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실제에서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사업 영역을 어느 정도로 허용해야 하는가도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어떤 장사를 해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어떤 사업 영역에 후발 주자로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플랫폼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점은 다양한 사업들이 플랫폼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더욱 문제가 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결성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성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된 지금 초 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초 연결 사회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초 연결 사회는 재난이나 문제 발생 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사업영역이 다양해질수록 이러한 위험성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사업영역을 허가해 줄 때는 앞서 언급한 업무 연속성 계획(BCP)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고민 없이 사업영역을 허가해 준다면 앞으로 다가올 혹시 모를 재난이나 문제에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가지는 장점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장점은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해당 기업이 독점한다면 당장 돈벌이는 쉬울 수 있으나, 끊임없는 비난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플랫폼의 주체는 결국 고객이고,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건 지난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사태가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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