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언 바람 속 붉은 등 켜들고 선
은목서 아니어도
나무 한 그루 품고 산다
살과 뼈
스스로 발라 휜 허리를 세우는
지나온 구비마다 때 절은 허욕의 집
마음 속 갈피마다
무성히 뻗은 줄기
보란 듯
나목裸木으로 서
하늘에 눈을 씻는
어둠이 짙을수록
켜켜이 앉히던 별빛
인적 끊긴 적소에도 스스로 타오르던
저 붓끝
시퍼런 세한歲寒
칼날에도 꽃잠이다.
◇곽홍란= <조선일보 신춘문예>,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동시집 『글쎄, 그게 뭘까』, 시집『직선을 버린다』,『환승역, 고흐』, 소리시집『내 영혼의 보석상자』등. 아카리더, 형상시학, 노을강시학 동인.
<해설> 한 여름 무성히 뻗었던 잎과 줄기에 헛된 욕망은 없었는지, 무성한 것들을 벗어내고 나목이 되어서 또 돌아보는 자아 성찰. 생각 없이 쉬고 싶기도 할 터인데 칼날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듯, 어떤 세파에도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꼿꼿하게 서서 세한의 하늘을 바라본다. 혹한의 겨울 속에서도 변함없이 소나무의 푸르른 마음을 형상화 시킨 추사의 ‘세한도’처럼 순간의 그 시간이 세한을 지나는 동안 잠시 꽃잠이 된다.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