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민준홍 말세움人 대표 “지역 강점·시민 문화욕구 소화해야 국내 대표축제 도약”
[나는 청년입니다] 민준홍 말세움人 대표 “지역 강점·시민 문화욕구 소화해야 국내 대표축제 도약”
  • 윤덕우
  • 승인 2022.10.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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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축제를 위한 축제’
여기저기 비슷한 프로그램 뿐
이천도자기·안동탈춤축제 등
문화자원 연계 추진해야 성공
개그맨 꿈꾸다 지역 MC로…
행사 기획자·리포터까지 병행
진로 탐색·선택에 답이 없듯이
지역 정체성·트렌드 탐구 통해
새롭고 남다른 ‘썸띵’ 찾아야
민준홍대표가KBS대구청바지민준홍
KBS대구 ‘청년이바꾸는 지방’(청바지) 리포터로도 활동 중인 민준홍 대표(왼쪽).

◇지역의 축제는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전통이나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지역 문화의 특성과 우수성을 알려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해 매년 혹은 몇 년을 주기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를 의미한다. 지역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봇물처럼 늘어났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50여 개에 불과했던 지역의 축제는 현재 900여 개가 넘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을 살펴보면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주최·주관 혹은 지원하는 지역의 축제는 944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경연대회, 가요제, 미술제, 연극제뿐만 아니라 소규모 학교 축제, 마을 축제 또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전국의 축제는 1만 개가 훨씬 넘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부분의 축제들이 시·군 등 관(官) 주도하에 추진되는 과정에서 초대가수 공연 등 단조로운 프로그램으로만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 주도하에 추진되는 프로그램들은 행사 자체를 전문으로 진행하는 기획사가 용역을 받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축제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겹치게 되는 것이다. 지역축제에서 정작 지역의 특성은 어떻게 살려낼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생략되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유사한 프로그램의 행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는 함평나비축제, 보령머드축제, 이천도자기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김제지평선축제, 태백산눈꽃축제 등이 있다. 이들 축제들의 공통점은 ‘킬러 콘텐츠’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함평나비축제는 함평지역이 친환경지역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자연과 나비를 소재로 벌이는 생태학습 축제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한국의 탈춤 및 민속공연과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공연을 주제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축제이다. 즉, 소위 성공하는 축제에는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한 메시지가 있다. 이 메시지는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승화되는데, 이것이 킬러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는 축제를 위한 축제, 행사를 위한 행사를 경쟁적으로 기획하다 보니 킬러 콘텐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부재하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특색 없는 지역 축제만 무분별하게 늘어나게 된 결과만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준홍대표행사
민준홍 대표가 행사진행 스킬을 강의하고있다.

◇축제와 이벤트는 다르다

축제와 이벤트(행사)는 크게 다르다. 첫째, 축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을 떠나서는 개최될 수가 없다. 반면 이벤트는 지역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여기에서 가장 큰 특징은 축제의 경우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생활에서 체화되고 정제된 결정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실행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벤트는 엔터테인먼트 한 속성만을 빼내 어떤 지역에서든지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둘째, 축제는 인위적으로 합쳐지거나 분리할 수 없다. 축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그들의 축제 정신 발현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축제는 통합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벤트는 여러 개가 합쳐지게 되면 재미가 상승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축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 그러나 이벤트는 기획자의 기여에 의해 완성된다. 즉, 축제의 역량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인 사람이지만 이벤트의 역량은 자본인 것이다.

“MC로서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더 크게 체감하게 됩니다. Ctrl C+V 한 듯한 똑같은 포맷의 똑같은 행사를 말이죠”

“축제와 이벤트는 엄밀히 다른 영역입니다. 이벤트는 축제의 일부일 뿐인데 전부처럼 기획하는 관행을 깨고 싶었습니다.”

창업의 시작은 ‘지역축제에서 킬러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민준홍 대표(말세움人)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문화행사를 전문으로 기획·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이다. 민대표는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MC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MC민준홍’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꿈을 펼치는 방법은 다양해 졌다

학창 시절 민준홍 대표는 개그맨이 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서른한 살의 오늘,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개그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 붙였다.

“어린 시절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의 선택지는 직업에 한정적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꿈을 펼칠 수 있는 넓이 넓어졌고 그 이유에 대한 깊이는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부대끼며 울고 웃는 삶을 꿈꿨던 것 같아요”

“행사 MC의 길을 걷게 된 계기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을 웃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걸 잘 선택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지난 9월부터 대구KBS에서는 ‘청년이 바꾸는 지방 <청바지>’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창업하여 지역 공동체 복원 및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민대표는 평소 지역대학의 축제나 행사에서 신명나고 유쾌한 진행자라는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민대표를 응원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청바지 프로그램에서 리포터 출연 제의를 받은 민대표는 많은 청년들의 응원 속에서 탁월한 진행능력을 보이며 자신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성주 「하늘목장」 편에서는 경로당에서 마을 어른들의 말 벗이 되어 할머니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역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기도 했으며, 안동 「그림愛컬처하우스」 편에서는 청년들의 다채롭고 알록달록한 삶을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했다. 지역 행사기획자, MC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방송 리포터로까지 자신의 전문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민대표가 리포터로서도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방송 진행 전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려 노력한 프로정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방송계의 후일담이다.

“기획자로서 축제에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도, MC로서 행사를 진행하는 일도, 방송 리포터로서 사실을 전달하는 일도 모두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은 「말세움人」입니다. 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말이라는 뜻에는 이야기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잘 들어야 잘 표현 할 수 있는데, 말세움이라는 함축어가 저 자신 뿐만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축제에 대해서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지은 이름입니다.”

◇시대와 함께 울고 웃는 삶을 이어나갈 것

지역에서 행해지는 축제나 행사는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즐기는 것 자체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이것은 지역민들이 어떤 문화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만 기획과 실행이 가능한 부분이다. 민준홍 대표는 이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남들과는 다른 삶의 모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지역의 축제도 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방법과 유사한 패턴으로 기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하죠. 그리고 남다름과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기획해낸 프로그램들이 이벤트 단계라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시작한 신선한 움직임이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시켜 10년 후에는 지역축제도 제 자신도 함께 성장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쭉 (로컬)시대와 함께 울고 웃는 삶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킬러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지역의 재간둥이 MC로서 말이죠”

시대의 빠른 흐름 속에서 축제는 또 다른 형태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민준홍 대표가 자신의 꿈을 개그맨으로 제한하지 않고, 지역의 MC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처럼 지역은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지역성에 대한 지속적 탐구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도권으로 대도시로 자신의 꿈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민준홍 대표의 사례는 지역의 기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준홍 대표의 내일은 지역사회의 미래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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