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카카오 사태로 본 초연결사회의 위험
[목요칼럼] 카카오 사태로 본 초연결사회의 위험
  • 승인 2022.10.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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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네이버 등 IT기업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 있는 SK C&C 데이터센터(IDC)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화재는 이날 밤 11시경 8시간 만에 완전히 진압되었으나 그 여파는 매우 크다. 특히 서비스의 대부분을 이곳에 의존하고 있던 카카오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는 월간 활성이용자(MAU)가 4340만 명으로 시장 점유율 87%인 국민 앱 '카카오톡'을 비롯하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결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웹툰, 지그재그(패션),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T(택시), 멜론(음악), 카카오TV, 카카오스토리(소설) 등 국민들의 소통과 일상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 화재는 8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카카오는 이 센터에 입주해 있던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사흘이 지나도록 주요 서비스 중의 일부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재는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다는 카카오 경영진의 발언은 이용자들의 불만에 부채질하였다. 즉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이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 15일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기자들에게 "본래 사고 발생 시 20분 내 복구가 매뉴얼이지만, 서버 손실양이 워낙 크다"면서 "서버 3만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IT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실언(失言)' 일수도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화재는 일상 어디에서도 날 수 있는 것인데 예상을 못 하였다니 이를 변명이라 하고 있냐"라며, 비판이 쇄도하였다.

이번 데이터 관리시설의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데이터센터에서 화재에 대비한 비상대책이 미비하였기 때문으로, 카카오 역시 피해자이겠지만, 함께 입주해 있던 다른 IT기업과 달리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카카오의 기업행태 자체에서 이미 예견돼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카카오는 그동안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택시, 대리운전, 주차장은 물론 쇼핑, 결제에 이어 금융업까지 진출하였다. 워낙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재계 1위인 삼성의 계열사가 60개인데 반해 카카오는 계열사가 136개나 된다. 심지어 작년에는 꽃 배달이나 미용실까지 진출하였다가 골목상권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으로 결국 사업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카카오는 유망한 계열사를 동시다발로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그것으로 계속 사업을 확장하는 등 돈벌이에만 집착하면서 자체 데이터관리센터를 비롯한 백업시설확충에는 소홀히 하여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 카카오가 먹통이 된 이유는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누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였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즉 데이터센터 내 전기 공급선이 서로 연결돼 있어 누전 위험을 막기 위해 전체 전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서버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발생하고 각종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실로 '초연결사회의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즉 "카카오가 멈추니까 이 정도로 불편할 줄 몰랐다"는 시민들과 큰 피해를 호소하는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그 증거이다.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일부에서는 지난 4년 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사건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은 것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 이상 마비되어, 카드 결제가 안 돼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도 있었고, 은행 등 일상적인 업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많았다. 또한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 준 카카오도 10년 전 전력 공급 장애로 4시간 가까이 카카오톡 서비스를 하지 못한 적이 있어 이러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당시에도 카카오 같은 인터넷 대기업은 여러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시스템을 분산 운영해 '불통'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카카오는 판교이외에도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오늘날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탈취, 운영 중단, 랜섬웨어 감염 등과 같은 악의적인 공격 시도와 보안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번처럼 화재로 인한 혼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다시 정부기관에서든지 민간 기업에서든지 간에 이런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무력시위가 늘어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공격에 의해 우리의 데이터시설이 공격당했을 경우 그 혼란은 생각하기조차 끔직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록 쉽지는 않지만 특히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와 함께 데이터관리시설의 안전한 관리와 신속한 복구체계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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